라스베이거스 삼킨 BTS '아리랑'…콘서트 경제학 패러다임의 전환 [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2026년 5월의 라스베이거스는 달랐다. 공연장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무대였다. 스피어(Sphere)의 외벽 전체가 방탄소년단(BTS)의 신보 '아리랑' 테마로 뒤덮였고 스트립 일대의 에펠탑, 하이롤러, 룩소르, 만달레이 베이까지 상징적 건축물들이 차례로 붉게 물들었다. 라스베이거스가 하이브의 공식 글로벌 파트너 도시가 되어 조명 이벤트, 애프터파티, 식음료 브랜드 협업까지 5월 말과 6월 초까지 이어지는 초대형 도심 캠페인 'BTS THE CITY ARIRANG'이 가동되면서다.

결과는 숫자가 말해준다. BTS 공연과 도시 연계 행사가 라스베가스에 창출한 경제효과는 1억6000만~2억 달러로 추산됐다. 라스베이거스 투어리즘 당국은 이 2주간의 행사가 도시 최대 규모 컨벤션 위크와 맞먹는 비(非)카지노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북미 투어 전체로 넓히면 규모는 더욱 충격적이다. 탬파베이에서의 공연 3회가 8억~9억 달러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았고, 엘파소에서는 단 2회 공연으로 7500만 달러의 효과를 낸 것으로 추산됐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조'다

기존의 콘서트 경제학은 단순했다. 아티스트가 공연장에 오고 관객이 입장권을 산다. 공연 전날 몇몇 팬이 인근 호텔에 묵고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다. BTS가 만들어낸 구조는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BTS 공연은 본질적으로 글로벌 여행 이벤트다. 아리랑 월드투어는 연구자들이 '대규모 콘서트 관광'이라 부르는 현상을 촉발했다. 팬들은 목적지를 먼저 고른 후 그곳에서 공연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공연 날짜를 먼저 잡고 그에 맞춰 국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한다. 도시가 아티스트를 유치하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가 도시를 선택해주는 것으로 역학이 역전된 것이다.

이번 '아리랑(ARIRANG)' 월드투어는 34개 도시 85회 이상의 공연으로 구성된 역대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다. 영국에서는 토트넘 홈구장 단일 콘서트 12만 석을 매진시키며 사상 최고 객석 점유율을 달성했다. 북미·유럽 전 41개 공연이 이미 매진됐으며 엘파소 선 볼 스타디움과 폭스버러 질레트 스타디움은 해당 도시 사상 최초 K팝 단독 공연 기록을 세웠다.

공연 자체의 완성도 역시 한 단계 도약했다. 360도 무대 구성은 기존의 일방향 무대 문법을 파괴했고, 4회 공연 모두 전석 매진된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6만 명의 관객이 '바디 투 바디'를 함께 부르는 아리랑 떼창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이것은 공연이 아니라 집단 의례(ritual)였다.

한류 연구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명제'

BTS의 라스베이거스는 단순히 "K팝이 미국 주류에 진입했다"는 게 아니다. 그것은 이미 2019~2022년에 충분히 증명된 명제다. 2026년의 라스베이거스가 보여주는 것은 다른 차원의 선언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치 생산 방식 자체를 한국 팀이 재정의했다는 것이다.

'더 시티(The City)' 모델은 공연과 도시 경험을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다. 공연 수익, 굿즈 수익, 관광 수익, 미디어 콘텐츠 수익, 브랜드 협업 수익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동시에 작동한다. 이것을 설계하고 실행한 것은 할리우드도, 내쉬빌도, 런던도 아닌 서울의 하이브였다. 라스베이거스 당국이 하이브의 공식 파트너가 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세계 오락 산업의 수도가 한국 기획사에게 도시 운영을 맡긴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냉정하게 볼 필요도 있다. BTS의 성과를 한류 전체의 성과로 과도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BTS는 한류의 정점이지, 한류의 평균이 아니다. 이 모델을 다른 K팝 그룹이나 한국 문화 산업 전반에 복제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팬덤 경제는 극단적으로 집중돼 있다. BTS 없는 하이브도 이미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 한계를 인정한다 해도 라스베이거스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도권이 이동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이동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임이 이번에 확인됐다는 것이다.

아리랑은 원래 이별과 그리움의 노래다. 그런데 2026년 라스베이거스의 아리랑은 귀환과 선언의 노래로 불렸다. 한국 대중문화가 오랫동안 동경하며 바라보던 무대의 중심에, 이제 한국이 서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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