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멋진 신세계> 포스터 / 사진출처. SBS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멋진 신세계> 포스터 / 사진출처. SBS 공식 홈페이지
완벽하게 결이 다른 요녀와 야수 같은 두 남녀가 만나 이토록 달콤한 스파크가 튈 수 있다니. 드라마 '멋진 신세계'의 차세계(허남준)와 신서리(임지연)의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다. "네가 유일해 신서리. 나랑 두근두근하자. 너도 내가 유일해라." 이런 차세계의 직진은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다.

설렘과 로맨스를 볼 때마다 계속 시선이 향하는 곳이 있다. 신서리의 손과 그 손에서 반짝이는 초록색 옥반지다. 옥반지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등장한다. 마치 숨은그림찾기 속의 보물처럼. 옥반지는 조선의 연모와 현대의 로맨스를 잇고, 신서리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다.
신서리의 옥반지(오른쪽) / 사진제공. 로제도르
신서리의 옥반지(오른쪽) / 사진제공. 로제도르

"찾았다. 신서리"…옥반지 첫 순간

조선의 악녀 강단심(임지연)이 사약을 받고 죽음을 맞이한 순간 그녀의 영혼은 시공간을 넘는다. 눈을 떠보니 300년이 흐른 2026년. 2화에서 무명 배우 신서리의 몸으로 빙의한 강단심이 마주한 현실은 차갑고 고단하기만 하다. 딱한 처지를 증명하듯 낡은 고시원에서 살며 알바를 전전하는 그녀의 손에는 옥반지가 끼워져 있다. 강단심이 빙의했음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장면이다.

결국 신서리는 돈벌이를 위해 차세계에게 다가가기로 마음먹지만 단칼에 퇴짜를 맞는다. 하지만 우연하게도 악연을 피하고자 차세계의 품으로 뛰어들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두 사람의 끌림이 시작되는 초반의 장면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것이 역시 옥반지였다. 그러니 옥반지는 그녀가 움켜쥔 유일한 버팀목일 뿐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달콤하고도 치열한 로맨스의 목격자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옥반지를 낀 신서리가 아역 시절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본 장면 / 사진출처. 필자제공/드라마 캡처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옥반지를 낀 신서리가 아역 시절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본 장면 / 사진출처. 필자제공/드라마 캡처

비치의 그린과 부서지지 않는 마음

신서리의 반지는 옥 가운데서도 정확히는 비취(경옥·Jadeite)다. 옥 하면 녹색 또는 흰색(백옥·Nephrite)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다양한 색이 있다. 회색, 보라색 심지어 검은색 옥도 존재한다. 옥(Jade)은 경옥과 연옥을 포괄하는 총칭이다. 물론 가장 널리 사랑받고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단연 녹색 옥, 즉 비취다. 특히 맑고 선명한 녹색을 띠는 최상급 비취를 '임페리얼 제이드'라고 한다. 동양권에선 오랫동안 비취를 최고의 보석으로 여겼다. 생명력을 품은 듯 깊고 투명한 비취의 녹색은 수천 년 동안 권위와 번영 그리고 덕을 상징하는 색으로 통해왔다. 시대가 달라졌지만, 오늘날에도 비취는 보석 경매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아름다운 녹색에 더해 비취의 또 다른 진가는 인성(靭性·Toughness)에 있다. 흔히 다이아몬드를 가장 강하고 단단한, 완벽한 보석이라 말한다. 실제로 다이아몬드는 긁힘에 대한 저항력을 뜻하는 경도(hardness)가 가장 높은 보석이다. 하지만 결정 구조상 특정 방향의 강한 충격에는 깨지거나 쪼개질 수 있다. 반면 비취는 수많은 미세 결정이 서로 촘촘히 얽혀있는 구조라 충격과 균열에 강하다. 보석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성을 지닌 보석이 바로 비취다. 다이아몬드가 긁힘에 강한 보석이라면 비취는 깨짐에 강한 보석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속 신서리 역시 이런 비취의 특성과 닮았다. 낯선 시대에 던져지고 수많은 시련과 맞닥뜨리면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외부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오히려 중심을 세우고, 끝내 사랑과 신념을 지켜낸다. 생명력을 상징하는 비취의 그린과 쉽게 부서지지 않는 인성. 신서리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설명하는 보석이 바로 비취라 할 수 있다.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대군 자가 허남준과 하급 나인 임지연의 ‘아련 설렘’ 빗속 데이트 장면 / 사진출처. SBS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대군 자가 허남준과 하급 나인 임지연의 ‘아련 설렘’ 빗속 데이트 장면 / 사진출처. SBS 공식 홈페이지

"실제 신서리라면 어떤 주얼리를 샀을까?"

드라마 속 옥반지의 탄생 이면에는 캐릭터를 향한 제작진의 치밀한 분석과 로맨틱한 상상력이 숨어 있다. 멋진 신세계의 공식 협찬사이자 브랜드 홍보대사인 임지연과 인연을 맺어온 주얼리 브랜드 '로제도르'는 드라마의 전체 콘셉트 속에서 한 편의 서사를 직조해 냈다. 그 시작은 임지연 배우의 스타일리스트 조운진 실장의 현실적이면서 몰입도 높은 질문이었다. "조선에서 온 강단심, 즉 현생의 신서리라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떤 주얼리를 직접 구입해서 착용할까?"

시공간을 뛰어넘어 낯선 현대에 툭 떨어진 인물이라면 화려하고 생소한 현대적인 주얼리보다 자신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미감에 먼저 손이 갔을 터다. 결국 스타일리스트가 신서리의 정체성 혼란과 향수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메인 콘셉트로 '옥반지'를 낙점했고, 로제도르가 의뢰를 받아 신서리만의 '재탄생과 성장'을 디자인으로 구현해 냈다.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부은 얼굴을 가라앉히는 장면에서 옥반지를 착용한 신서리 / 사진출처. 필자제공/드라마 캡처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부은 얼굴을 가라앉히는 장면에서 옥반지를 착용한 신서리 / 사진출처. 필자제공/드라마 캡처
유심히 보면 신서리의 옥반지는 천연 비취 위에 만개한 꽃잎의 형상이 정교하게 수놓여있다. 로제도르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러브플라워폴드'가 모티브였다. 고루하고 박제된 전통 장신구의 틀을 깨고, 전통의 우아함에 현대적 세련미를 입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커스텀(맟춤 제작) 주얼리가 완성된 것이다. 드라마를 위해 딱 한 점만 제작했다. 하지만, 드라마 방영 후 소비자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급기야 로제도르는 출시 예정이 없었으나, 지난 6월 12일에 한정 수량을 출시했다. 신서리의 전생과 현생을 모두 품은 옥반지는 극 중 어떤 대사보다도 선명하게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옥반지를 낀 신서리가 '야인시대' 김두한에 빙의해 깡패들을 제압하는 장면 / 사진출처. SBS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컷. 옥반지를 낀 신서리가 '야인시대' 김두한에 빙의해 깡패들을 제압하는 장면 / 사진출처. SBS 공식 홈페이지
신서리는 자신만의 신세계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그 손끝엔 초록빛 꽃송이가 만개한 옥반지가 끼어져 있다. 옥반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서리와 차세계의 시간인 조선의 연모와 현대의 로맨스를 지켜보았다. 어쩌면 멋진 신세계가 말하려 하는 사랑의 본질은 옥반지처럼 쉽게 부서지지 않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