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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정원 206억·세월호 2800억…추모 공간 어디까지 [혈세 누수 탐지기]
206억 투입에 '받들어총'·중복투자 논란
외국인 발길에도 정치적 공방 확대돼
세월호까지 번지며 적정선 도마 위
"무엇이 진정한 추모인가" 질문 남겨
외국인 발길에도 정치적 공방 확대돼
세월호까지 번지며 적정선 도마 위
"무엇이 진정한 추모인가" 질문 남겨
◇ 호불호 있지만 외국인들 사이서도 인기
최근 평일 오후에 찾은 광화문광장.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감사의 정원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감사의 정원은 6·25 참전국을 향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은 23개의 빛 기둥으로 구성됐습니다. 각 조형물은 높이 6.25m 석재 구조물로 만들어졌고, 참전국 7개국에서 기증한 석재가 실제 활용됐습니다. 이 밖에도 5개국이 석재 기증 의사를 밝힌 상태이며, 이는 연말까지 반영될 예정입니다.직접 둘러본 감사의 정원은 묘하게 상반된 인상을 남겼습니다. 어떤 각도에서는 광화문광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줬지만, 또 다른 방향에서는 다소 낯설고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낮 시간대에는 바닥과 주변 건물 색감이 맞물리며 생각보다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하에 조성된 프리덤홀은 분위기가 또 달랐습니다. 삼각형 LED 구조물로 꾸며진 '메모리얼 월'에서는 6·25 전쟁 당시 사진과 참전 용사 명단 등이 반복해서 송출되고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 숙제 3가지
감사의 정원은 단순히 조형물만 세워둔 데 그치지 않고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해설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안내 요소도 갖추려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감사의 정원에는 크게 세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역광 문제 △설명문 식별 어려움 △정치적 갈등 표출 등입니다.
서울시는 안내요원을 상시 배치해 이상한 문구를 발견할 경우, 즉시 삭제하고 현장에서 계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실제 취재진이 약 2시간 머무는 동안 감사의 정원 곳곳에서는 정치 이야기를 두고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 또 다른 정치적 대립 공간처럼 변질되는 듯한 인상도 남겼습니다.
◇ 여기저기 중복 투자 논란
온라인에서는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한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게 왜 문제냐"는 반발도 나왔습니다. 감사의 정원이 과거 '세월호 기억 공간'이 철거된 자리에 들어섰고, 용산 전쟁기념관에도 유사한 추모 조형물이 있다는 이유로 진보 진영에서 중복 논란이 제기되자, 보수 성향 누리꾼들은 "같은 논리라면 세월호 추모시설도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정부는 '안전과 치유'를 결합한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진도 해양안전체험관과 완도 해양치유센터 등 유사 시설이 운영 중인 만큼 차별성 부족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실제 지난 3월 설명회에서도 기존 시설과 기능이 겹칠 경우 방문 수요 분산과 중복 투자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 진짜 중요한 것은
나라를 위해, 혹은 나라로 인해 희생된 이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계속 정쟁의 대상이 되는 건 과연 바람직할까요. 씁쓸함이 남는 대목입니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야 '충분한 추모'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최근 보수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감사의 정원 논란과 관련해 '희생자 수'를 기준 삼는 글들도 확산했습니다. 국가가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사회적 상처일수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세월호 참사는 10년 넘게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추모 사업이 계속 확대돼 왔습니다.
재발 방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질문이 남습니다. 거대한 조형물과 체험관이 과연 얼마나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남북통합지수는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저치를 다시 기록했습니다. 수십조원 규모 국방예산과 대북지원금 등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지만 한반도 긴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학과 교수는 "어느 나라나 추모 조형물은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추모 공간 자체가 논란이 되거나 예산 낭비 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비극 이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고민과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9.11 메모리얼의 '부재하는 존재' 살펴보니
사실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추모 공간 자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취재를 진행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추모 공간은 비극을 완벽히 설명하는 장소가 아니라,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상실 앞에서 우리를 잠시 멈춰 서게 만드는 공간인지도 모릅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여러 추모 공간들은 과연 우리를 얼마나 깊이 돌아보게 하고 있을까요. 또 지금의 논쟁들은 희생을 제대로 기억하기 위한 건강한 사회적 논의로 이어지고 있는 걸까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