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슈퍼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 일부를 하반기 출범할 예정인 ‘한국형 국부펀드’에 투입하기로 했다. 애초 산업은행 등 정부가 보유한 공기업 지분과 상속세 물납 주식을 현물 출자해 초기 자본금 20조원을 마련할 계획이었는데, 여기에 현금 출자까지 더해 종잣돈을 30조원 가까이로 키우기로 했다. 불어난 세수를 현세대를 위해 바로 사용하지 않고 미래 세대를 위한 국부 창출에 보태겠다는 취지다.
[단독] 반도체 초과세수, 국부펀드에 넣는다
2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 국부펀드 출자용 예산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오는 6월 국회에 제출할 국부펀드 설립 법안에 현금 출자 근거를 명시할 방침이다. 현금 출자 규모는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부펀드는 장기 수익을 위해 다양한 국내외 자산에 투자하는 국가 보유 투자기금이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에서 나오는 석유·가스 수입을 미래 세대를 위해 투자하고자 1990년 국부펀드를 세우고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웠다. 우리 정부에서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대규모 세수를 단기 재정 지출로 소진하는 대신 노르웨이처럼 국부펀드에 적립해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 관계자는 “슈퍼세수는 길어야 2~3년”이라며 “이 돈을 현세대가 모두 써버릴 게 아니라 중장기 관점에서 국부펀드에 ‘저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고 전했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국내 전략산업 부문의 성장 단계(시리즈B 이상) 유망 기업에 장기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기업 성장을 돕는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외환보유액을 국내외 투자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한국투자공사(KIC)와 구분된다.

남정민/김일규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