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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정글 달리며 숲속의 주인들 만나볼까
Cover Story
아마존보다 오래된 '보르네오 다눔밸리'를 가다
1.3억년 전 생긴 열대우림 원조
英 황태자 버킷리스트로 꼽혀
15층 높이 나무 오르기 '아찔'
나이트 워킹 땐 숨은 동물 찾기
아마존보다 오래된 '보르네오 다눔밸리'를 가다
1.3억년 전 생긴 열대우림 원조
英 황태자 버킷리스트로 꼽혀
15층 높이 나무 오르기 '아찔'
나이트 워킹 땐 숨은 동물 찾기
보르네오 다눔밸리를 찾아 숲속 나무 오르기 체험을 했다. 아파트 15층 높이 나무에 매달려 내려다본 보르네오 숲은 그저 여느 숲의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마존보다 7000만 년이나 더 긴 시간을 견뎌온,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의 도서관’이었다. 그곳의 장서를 한 장씩 넘겨보는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잠들기엔 아쉽다. 로지에서 투숙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나이트 드라이브와 나이트 워킹 프로그램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정글 길을 전기 카트로 돌아보며 야생동물 흔적을 찾는 과정은 이내 일행과의 진지한 보물찾기가 된다. 멸종 위기인 피그미코끼리와 표범은 쉽사리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한 깊은 정글 밤 마실은 모두를 달콤한 꿀잠으로 안내한다. 나도 몰래 스르륵 잠에 빠졌다가 소란스러운 새소리에 아침을 맞이하는 호사를 누린다.
많은 프로그램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나무 오르기 체험이었다! 007 시리즈의 ‘M’을 연기한 주디 덴치가 이곳에서 나무에 오른 다큐멘터리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마침 시범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걱정됐지만 M처럼 멋지게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전에 나섰다. 준비된 안전 장비를 갖추고 어깨를 으쓱하며 올라간 45m 정상. 오랑우탄의 시선으로 숲을 내려다본 순간은 여전히 짜릿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 수직의 전율은 지상 26m 높이 캐노피 워크웨이로 이어진다. 트리 클라이밍이 거인과의 정면 승부였다면 300m 길이 공중 다리를 걷는 이 시간은 숲의 지붕 위를 유영하는 평화로운 산책이다. 코뿔새가 무심하게 머리 위를 가로지르고, 붉은잎원숭이가 가지 사이로 인사를 건넨다.
리조트를 떠나며 다시 덜컹거리는 정글 길에 몸을 싣는다. 디지털의 파도와 도심의 소음 속으로 돌아가겠지만 마음 한편엔 15층 높이 나무 위에서 마주한 광활한 호연지기가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이 1억 년 된 생명의 도서관이 앞으로도 장엄한 기록을 이어가길, 우리 가족이 넘긴 그 페이지가 다음 세대에도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이제 서재에 놓인 나무 가구를 볼 때마다 나는 그 너머의 진짜 보르네오를, 깊고 푸른 수직의 전당을 그리워할 것 같다. 아마존보다 7000만 년을 더 견뎌온 활엽수의 기적, 그 노련한 생명의 지혜를.
보르네오(말레이시아)=이헌 아르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