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의 대형 유조선 한 척이 이란과의 협의를 거쳐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해협 안쪽에 묶여 있던 한국 선박 26척 가운데 한 척이 빠져나온 것이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한국 유조선이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온 첫 사례다.
외교부는 20일 “우리 유조선 한 척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항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선박에는 한국 선원 약 10명이 승선했다.
블룸버그와 선박 위치 추적 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 등에 따르면 이 선박은 유조선 유니버설위너호(사진)다. 호르무즈해협에서 피격된 나무호 소속 선사인 HMM이 운영하는 선박이다. 이 선박은 200만 배럴의 쿠웨이트산 원유를 선적한 뒤 울산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선박은 당초 카타르 인근 해역에 머물다가 지난 19일 이란이 제시한 항로를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이란은 18일 밤 주이란 한국대사관을 통해 이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번 이동 과정에서 정부와 선사가 이란 측에 통행료 등 대가를 지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통항이 나무호 피격 사건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나무호 피격 이전부터 해당 선박의 통항 문제를 이란 측과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한국 정부의 외교적 압박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한국 선박 통항에 동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이 통항 가능 입장을 전달한 시점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해 나무호 피격 관련 사실관계에 대한 이란 측 입장을 요구한 다음 날이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아라그치 장관과 통화하며 ‘당신들도 좀 정확한 것을 찾아보고, 조사에 필요하면 협조해 달라’는 이야기를 분명히 해뒀다”고 말했다.
정부는 나머지 한국 선박 25척에 대해서도 계속 조속한 통항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협의 대상 선박을 선정하는 데 한국인 선원 다수 탑승과 한국에 필요한 화물 선적 여부 등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