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접어드는 5월과 6월, 국내 오페라 무대가 다채로운 작품들로 관객들을 찾는다. 관객의 오감을 자극할 현대 음악의 거장 벤저민 브리튼의 대작은 물론, 불멸의 고전 레퍼토리, 극장 문턱을 낮춘 야외 오페라, 온 가족이 즐기는 소극장 실험작까지 포진해 클래식 애호가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브리튼 현대 오페라'의 약진과 고전 희극 오페라의 대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혜진)이 오는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벤자민 브리튼의 대표작 <피터 그라임스>다. 한 어부가 공동체 안에서 철저히 고립되고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브리튼 특유의 치밀한 심리 묘사와 푸른 바다를 스코어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입체적인 오케스트라 선율이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명작이다.

2024년 공연된 <한 여름 밤의 꿈>과 최근 평창국제음악제에서 콘서트 버전으로 국내 초연된 <나사의 회전>에 이어 이번 <피터 그라임스>까지 무대에 오르면서 국내 오페라 시장 내 브리튼의 존재감이 한층 강해지는 모양새다.
국립오페라단 브리튼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 포스터 /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 브리튼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 포스터 /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내 오페라 팬들의 기대에 걸맞게 제작·출연진 라인업이 화려하다. 지휘는 알렉산더 조엘이 맡았다. 연출은 2024년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인 코른골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에서 절제된 미학과 감각적 연출력을 인정 받은 줄리앙 샤바가 참여해 폐쇄적인 공동체 속 인간의 붕괴를 긴장감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타이틀 롤 피터 그라임스역에는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와 테너 김재석이 더블 캐스팅되었으며, 소프라노 문수진·오예은, 바리톤 양준모·이동환 등이 출연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민간 오페라단들은 고전 희극 레퍼토리로 맞불을 놓는다. 베세토 오페라단(단장 강화자)은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를 선보인다. 한국인 여성 최초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부지휘자를 역임한 김여진이 지휘를 맡아 작품을 이끈다. 연출은 서준이 맡았다. 소프라노 손주연,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바리톤 우경식, 테너 진성원 등이 출연한다. 22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베세토 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 포스터 / 베세토 오페라단 제공.
베세토 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 포스터 / 베세토 오페라단 제공.
글로리아 오페라단(단장 양수화)은 6월 5일부터 7일까지 도니제티의 벨칸토 희극 <사랑의 묘약>을 올린다. 5일과 7일(A팀) 공연에는 소프라노 강혜정, 테너 정호윤, 바리톤 김동섭, 베이스 이준석 등이 출연한다. 6일(B팀) 공연은 소프라노 박성희, 테너 전병호, 바리톤 최병혁, 베이스 최공석 등이 출연한다.

특히 최근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오페라단 등 주요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존재감을 보여준 베이스 최공석이 B팀의 약장수 '둘카마라' 역으로 합류해 관객들에게 특유의 재치와 존재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리아 오페라단 <사랑의 묘약> 포스터 / 글로리아 오페라단 제공.
글로리아 오페라단 <사랑의 묘약> 포스터 / 글로리아 오페라단 제공.
무대 허물고 관객 속으로… 야외무대와 소극장의 실험 공연

공연장의 틀을 깨고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시도들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오페라의 대중화 를 이끄는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의 서울시오페라단은 대형 야외 프로젝트인 제4회 야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선보인다.

탁 트인 강바람을 배경으로 베르디의 명작을 90분간 압축해 들려주는 이번 공연은 지휘자 데이비드 이와 연출자 이회수가 호흡을 맞춘다. 한국을 대표하는 바리톤 김기훈과 소프라노 이혜정, 박소영, 테너 정호윤,김민석 등이 출연한다.
서울시오페라단 야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포스터 /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야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포스터 / 세종문화회관 제공.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소극장 오페라도 이어진다. 사단법인 더뮤즈 오페라단(예술감독 이정은)은 6월 27일과 2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어린이 오페라 <치즈를 사랑한 할아버지>를 올린다.

지휘는 권성준이 맡았고, 다양한 어린이 공연을 만들어 온 김민정이 연출했다. 이 작품은 동명의 미국 오페라를 한국어 가사로 번역하고 각색한 작품이다. 엉뚱한 고집을 가진 할아버지가 벌이는 이웃과의 소동을 주제로 서로 다른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린이 오페라 <치즈를 사랑한 할아버지> 포스터 / 더뮤즈 오페라단 제공.
어린이 오페라 <치즈를 사랑한 할아버지> 포스터 / 더뮤즈 오페라단 제공.
이밖에도 서양 고전 오페라를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작품도 찾아온다.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은 오는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K-오페라 <광대들>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레온카발로의 사실주의 오페라 <팔리아치>를 '서울삐에로'라는 부제로 바꿔 각색한 작품이다.

도시 재개발이 한창이던 1980년대 서울의 한 유랑극단의 이야기로 배경을 설정했다. 극 중 이탈리아 가면극을 처용설화 '처용 이야기'로 각색하는 등 서양 오페라의 국산화를 시도한다.
K-오페라 <광대들> 포스터 /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K-오페라 <광대들> 포스터 /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