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11일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이 상충하더라도 당연히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무게중심을 둬야할 때입니다."

11일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압력이 굉장히 크고 미래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다"며 "(5월 금융통화위위원회에 참석한다 하더라도)이 같은 의견이 점도표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7월 취임한 신 위원은 오는 12일 4년 간의 임무를 마치고 퇴임한다. 그는 지난 4년 간 총 7번의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내면서 금통위 내 '강성 비둘기파'로 꼽혀왔다.

대표 비둘기파인 신 위원도 최근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전제 하에 인하 의견을 내왔던 것"이라며 "지금은 물가에 대한 우려가 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로 진입할 가능성에 대해 대해선 "유가에 따라 금리 경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초 올해 말엔 유가가 배럴 당 70달러까지 하향안정화할 것으로 봤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90달러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 긴 기간 유가가 고공행진한다면 물가에 미치는 2차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위원은 "양자 간 합의가 일어난다면 예상치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는만큼 유가의 향후 흐름을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11일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신 위원은 "지금은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한 데다 낙수효과도 크지 않다"며 "지금도 높은 수준인 금리를 더 올리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더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화 당국에 주어진 가장 큰 임무는 물가 안정이기 때문에 물가를 잡는 데 전력을 다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하를 하지 못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한은은 지난해 2월과 5월 금리를 인하하며 기준금리는 연 2.50%까지 내려갔다. 시장은 8월 추가 인하를 기대했지만 한은은 수도권 집값 불안과 가계 부채를 이유로 동결을 선택했다. 신 위원은 "지난해 한 번 금리를 내릴 수 있었는데 좀 더 강력하게 주장했다면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개개인의 의사가 중요한 금통위의 특성 상 인상 결정을 내릴 부분에 대해서는 100%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11일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11일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전세계적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데 대해 신 위원은 "제로금리를 벗어난 이후 제시된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과 시장이 생각하는 미래 모습의 간극을 줄이는 데 사용돼 왔다"며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을 시장이 부드럽게 흡수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의 성과가 꽤 있었다"며 "기간을 6개월로 확장한 부분에 대한 성과는 시간이 지난 다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위원은 금융 시장과 통화 당국을 향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으로 한국 금융시장이 '괜찮은 자동차'에서 '고성능 자동차'로 업그레이드를 하려는 중"이라며 "정책 당국이 브레이크나 에어백 같은 완충 장치에 대한 정책 수단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저축률이 너무 높은 점도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했다. 그는 "성장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민간 소비 증가율은 만족할 만 한 수준이 못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평생 집과 연금을 위해 허덕이며 살고 집이라는 큰 재산을 남겨놓고 떠나고 마는 라이프 사이클을 바꿀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