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하면 풀려난다"…'돈봉투 재판거래' 현직 판사 기소
공수처, '재판 거래' 현직 부장판사·고교 동문 변호사 기소
3300만원 뇌물…현금 300만원 수수 혐의
항소심 21건 중 17건 '특혜성 감형' 선고 정황
"부임 후 190여 차례 사적 통화…긴밀 유착"
3300만원 뇌물…현금 300만원 수수 혐의
항소심 21건 중 17건 '특혜성 감형' 선고 정황
"부임 후 190여 차례 사적 통화…긴밀 유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김모 부장판사와 뇌물 공여자 정모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3월 18일 두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같은 달 23일 "주된 공여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공수처는 영장 재청구 없이 보완 수사를 거쳐 전격 기소에 나섰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재판 편의 대가로 총 33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김 부장판사는 2024년 3월부터 정 변호사 소유 상가를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 용도로 약 1년간 무상 임차해 1466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했고, 1569만원에 달하는 교습소 방음 공사비도 정 변호사가 대납하게 했다. 은밀하게 현금 300만원이 든 견과류 선물 상자를 건네받은 혐의도 있다. 이러한 뇌물 수수가 곧바로 편파적인 판결로 이어졌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김 부장판사는 전주지방법원 부임 이후 2년간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의 항소심 수임 사건 21건 중 17건(약 80%)에 대해 1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상가 무상 제공이 시작된 2024년 3월 이후 김 부장판사가 선고한 6건의 사건은 모두 원심이 파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 재차 음주운전을 해 1심에서 징역 5개월의 실형을 받은 피고인에게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 원으로 대폭 감형해 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판돈 200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사안 역시 1심의 징역 3년 실형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량을 낮췄다.
이례적 판결이 잇따르자 법원 관할 지역인 전주교도소 수용자들 사이에서도 두 사람의 유착 관계가 파다하게 퍼졌고, 이는 정 변호사의 막대한 수익으로 직결됐다는 게 공수처 판단이다. ‘정 변호사를 선임하면 형을 크게 감경받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든 의뢰인들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수임료를 냈다. 실제로 판결 선고 전날 억 단위의 추가 성공보수 약정을 맺는 등 재판 결과를 미리 예측한 듯한 영업을 펼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수사한 최영진 공수처 수사2부 검사(사법연수원 41기)는 "재판 진행 중에는 담당 재판장과 식사조차 피하는 것이 법조계 관행인데 이들은 통상적 기준을 크게 웃도는 고액의 식사 자리를 수차례 가지며 향응을 주고받은 정황이 뚜렷하다"며 "앞으로도 사법 신뢰를 훼손하는 부패 범죄에 엄정 대응해 공정하고 투명한 사법 질서를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