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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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으로 신축 아파트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정작 공급 지표는 처참한 수준입니다.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의 주택 인허가 실적은 1815호로 전년(7339호) 대비 75.3% 급감했습니다. 전월(2591호)과 비교해도 29.9% 줄어든 수치입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1005호에 그치며 전년 동월 대비 85.5% 감소했습니다. 준공 실적 역시 전국적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3% 줄어든 1만 9787호에 그쳤고, 서울은 1861호로 46.4% 감소했습니다.

주택 착공도 서울은 1239호로 전년 동월(1727호) 대비 28.3% 감소했는데, 이란 전쟁 여파로 공사비가 추가 상승할 경우 대부분 사업장의 사업성이 악화하여 신축 공급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입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높은 공사비와 인건비 탓에 신축 공급보다는 기존 주택을 고쳐 쓰는 '대수선'이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도 공사비 급증으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갈등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도권에서만 100곳 이상의 사업장이 공사비 증액 문제로 사업 지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실제 송파 마천4구역에서는 현대건설이 평당 공사비를 584만원에서 959만원으로 인상을 요청하며, 5년 만에 총공사비가 3834억원에서 6733억원으로 2899억원 올랐다고 합니다. 이 금액조차 올해 초 전쟁 여파가 반영되기 전이라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광명 제9R구역 역시 롯데건설로부터 공사비 증액과 공기 연장 협의를 요청받은 상태입니다.

3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4.42로 전월 대비 0.49% 올랐으나, 이란 전쟁 여파는 아직 반영되지도 않았습니다. 올해 레미콘 혼화제 가격이 30%, 단열재는 최대 40% 상승하는 등 공사 원가가 30~40% 치솟으면서 조합원 분담금도 최소 20% 이상 오를 것이라는 관측에 현장은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주택 1987만 호 중 65%인 1297만 호가 아파트이며, 이 중 13%(251만 호)가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입니다. 문제는 이 중 재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곳은 단 17%에 불과하며, 나머지 83%는 사업성 부족으로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리모델링은 일반 분양분이 15%에 그쳐 분담금이 재건축보다 많다 보니 사업성이 더 낮다고 평가됩니다. 결국 대부분의 아파트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선진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싱가포르는 재건축·리모델링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일본도 공공임대 정도만 재건축이 진행될 뿐 개인 소유 아파트는 분담금 문제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5년, 10년 뒤 신축 공급은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한강 벨트 정도만 겨우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국내 1위 인테리어 업체 확인 결과, 신축 단지에 들어가는 기업 간 거래(B2B) 물량은 70%에서 30%로 급감한 반면, 개인이 신청하는 인테리어 비중은 70%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축 분양을 받기도 어렵고 분양가도 천정부지로 오르자, 차라리 강북이나 수도권의 구축을 사서 개인 취향대로 고쳐 사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실제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강북, 구리, 용인, 동탄 등 15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단지가 구축이어도 내가 사는 집만큼은 얼죽신으로 만들겠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제는 아파트 단지 전체를 부수고 짓는 시대에서 개별 대수선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재건축·리모델링의 한계를 인정하고,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맞춰 주택 대수선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얼죽신의 패러다임은 이제 단지 전체가 아니라 개별 인테리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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