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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떠나 아프리카, 중남미 간다" 글로벌 정유업계 지각변동

엑슨모빌, 셰브론 등 대형 정유사
호르무즈 병목과 설비 피해에 사업 재편
베네수엘라·나미비아 투자 확대
미국 LA에 있는 셰브론 주유소 /  AFP 연합뉴스
미국 LA에 있는 셰브론 주유소 / AFP 연합뉴스
엑슨모빌과 셰브론, BP 등 글로벌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중동 리스크를 피해 아프리카와 남미, 동지중해 등으로 탐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단기 수급 변수에 그치지 않고 향후 원유 매장량 확보와 투자 지도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동 타격, 유가 급등, 투자금 확보 복합적 영향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슨모빌과 셰브론 등 에너지 기업들은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을 피해 새로운 석유·가스 유망지를 서둘러 찾고 있다. 엑슨모빌은 최근 나이지리아 심해 유전에 최대 240억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BP는 나미비아 연안 광구 지분을 사들였고, 토탈에너지는 튀르키예와 탐사 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과 페르시아만 해상 병목이 서방 석유회사들의 생산과 수익에 직접 타격을 주면서 본격화했다. WSJ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세계 하루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20%가 묶였다. 엑슨모빌은 전쟁 여파로 올 1분기 글로벌 석유·가스 생산량이 6% 줄었다고 밝혔다. 카타르 가스 시설 피해로 연간 약 50억달러의 매출 손실이 예상되며, 복구에도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처럼 중동 내 기존 자산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포트폴리오 분산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유가 급등으로 현금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미뤄졌던 고위험·장기 프로젝트에 다시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우드맥킨지는 "주요 석유회사들이 앞으로 탐사 사업에서 총 1200억달러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시장 여건도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유가는 전쟁 전 배럴당 60달러대 중반에서 최근 88달러 안팎으로 올라섰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측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언급한 뒤 가격이 급락했지만, 이후 이란이 다시 해협이 닫혔다고 밝히며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대형 정유사들은 현재의 구조에서 생산을 최대화하되, 중장기적으로는 2030년대 이후 수익을 떠받칠 새 매장지를 확보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리스, 베네수엘라 대상 신규 투자 확대


이에 따라 메이저들은 중동 밖 신규 자산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엑슨모빌은 최근 그리스 연안 시추를 향한 절차를 밟았고, 최근 수개월 사이 이라크, 튀르키예, 가봉과 예비 탐사 합의를 맺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심해에서는 석유·가스 탐사용 지진파 작업도 진행 중이다. 셰브론은 지난해 530억달러 규모의 헤스 인수를 통해 탐사 조직을 키웠고, 올해 전 세계 해상 개발에 70억달러를 배정했다.

셰브론의 행보는 중남미에서도 두드러진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국영 석유회사와 자산 교환 거래를 통해 점성이 높은 중질유 지역 지분을 늘렸다. 미국 정유사들이 선호하는 원유 자산에 대한 노출을 키운 셈이다. 셰브론은 또 이집트 지중해 해역 900만 순에이커를 보유하고 있으며, 멕시코만에서는 상당한 원유 발견을 확인했다. 그리스 인근 해상 광구 4곳과 리비아의 한 광구도 새로 확보했다.

중동 전쟁이 이끄는 구조적 변화


이번 흐름은 단순한 전쟁 회피를 넘어 구조적 성격을 띤다. 우드맥킨지는 2050년까지 세계 수요를 맞추려면 산유업계가 총 3000억배럴의 신규 자원을 매장량에 더해야 한다고 봤다. 중동 리스크가 커질수록 페르시아만산 원유 한 배럴마다 위험 프리미엄이 붙고, 이는 기업들을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변방 탐사 지역으로 밀어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단기 유가 급등이 장기 투자 방향을 바꾸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 묶인 유조선 / AP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 발 묶인 유조선 / AP 연합뉴스
다만 모든 지역이 곧바로 안정적인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베네수엘라처럼 제도와 분쟁 해결 장치가 불안한 곳은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전쟁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현지 대형 계약에 즉각 서명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확대가 이어지더라도 실제 생산 확대까지는 시간차가 불가피하다.

앞으로는 고유가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그리고 메이저들이 중동 밖 신규 자산을 얼마나 빠르게 상업 생산으로 연결할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WSJ는 "호르무즈 병목이 완화되더라도 페르시아만 원유에는 중장기 위험 프리미엄이 남을 가능성이 있어, 글로벌 석유업계의 투자 축 이동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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