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으면 '로또 청약'도 그림의 떡…4년 새 200만명 떠났다 [주간이집]
치솟는 분양가에 대출도 제한…'줍줍'에 시선 고정
수년 전 분양가에 살 수 있고 막대한 시세차익까지
청약통장 가입자, 6년 전 수준으로 줄어
수년 전 분양가에 살 수 있고 막대한 시세차익까지
청약통장 가입자, 6년 전 수준으로 줄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1년 만에 20% 가까이 치솟으면서 무주택자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노량진 뉴타운에서 처음 나온 분양 물량인 '라클라체 자이 드파인'은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25억원을 넘겨 시장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이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청약에 실수요자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당첨되기만 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5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4월 첫째 주(6~12일) 기준 방문자 수가 가장 많았던 단지는 '강동 헤리티지 자이'로, 3만9432명이 방문했습니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 자리한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2024년 6월 입주를 시작한 단지입니다. 1299세대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2세대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습니다. 부정 청약 행위가 적발돼 당첨이 취소된 물량으로, 2가구 모두 전용 59㎡B 타입입니다.
분양가는 각각 7억3344만원(102동 704호), 7억8686만원(102동 2804호)입니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대는 지난 2일 16억5500만원에 거래됐고, 호가는 18억원을 넘어갑니다. 시세차익이 1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2가구 모집에 10만6095명이 청약하며 사람이 몰렸습니다.
이는 최근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를 고려해도 매력적인 가격입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용 84㎡ 평균 분양가는 18억9000만원이었습니다.
'오티에르 반포'는 지난 13일 1순위 청약으로 43가구를 모집했는데, 여기에 3만540명이 신청했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710.1 대 1이었습니다. 전용 84㎡를 기준으로 분양가는 27억5650만원입니다. 인근 신축인 '메이플자이' 동일 면적 시세가 50억원을 넘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보장됐습니다.
'이촌 르엘' 역시 지난 10일 1순위 가구 모집에서 흥행했습니다. 전용 100㎡ 이상의 대형 평수 위주로 조성된 이촌 르엘은 78가구가 일반 분양으로 나왔는데, 1만528개의 청약 통장이 신청해 평균 134.9 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습니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100㎡가 27억원대, 122㎡가 33억원대입니다. 인근에 있는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가 지난 1월 44억4998만원, 작년 7월엔 5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억~20억원대의 시세차익이 예상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전체적으로는 청약을 포기하는 이가 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며 급증했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말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 수는 2608만7504명입니다. 2022년 2850만 명에서 4년 만에 200만 명 넘게 줄었습니다. 2600만 명은 6년 전 가입자 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고분양가'에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청약 시장도 현금 부자만 참여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가 된 탓으로 보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급등하고, 당첨돼도 대출이 제한되다 보니 '청약통장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현금 여력이 풍부한 수요자만 시세차익이 확실한 단지 위주로 청약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