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0시부터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3단계)’로 격상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경보도 ‘주의(2단계)’로 한 단계 상향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사태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산업통상부는 1일 관계기관 자원안보협의회를 열어 원유·LNG 위기 경보를 이같이 상향하는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 지난달 20일 입항한 이후 열흘 넘게 원유 도입이 멈춰 공급 차질이 본격화했고, LNG 가격이 뛰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강해졌다고 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유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오는 8일부터 전국 1만1000여 개 공공기관에 지난달 25일 도입한 차량 5부제(요일제)를 2부제(홀짝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출퇴근 및 공용 차량 약 100만 대가 적용 대상이다. 전국 3만여 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민간 차량에도 5부제가 적용된다. 민간 승용차 5부제는 전면 도입 대신 ‘자율 시행’을 유지하기로 했다.

원유 위기경보 3단계 발령에 따라 정부가 향후 기업 등에 ‘에너지 사용제한’ 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석유류 사용량이 많은 상위 50개 업체로부터 에너지 절감 계획을 제출받았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 수요관리 강제 참여까지 요구한다면 산업계 전반으로 여파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사항인 재택근무 확대, 고속도로 속도 제한 등도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제3차 비상경제점검 회의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가치 사슬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국내 안정만을 이유로 통로를 닫으면 그 충격이 결국 다시 우리 경제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공급 불안이 커진 나프타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 중이지만, 다른 품목으로 확대할 가능성에는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국내 수급 안정과 국제적 신뢰, 협력 관계 유지를 균형 있게 고려하되 국익 극대화를 최우선에 두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품목의 크기와 중요도 등을 불문하고 확보 가능한 해외 대체 공급처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이를 민간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수출 통제는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국제 문제를 만들어낸다”며 “나프타를 지키려다 리튬과 에너지라는 더 큰 흐름을 잃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라고 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나프타 외에 합성수지, 에틸렌 등 다른 석유화학제품도 추가로 수출 통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대훈/한재영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