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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소유자라면…지금 당장 '이것' 꺼내봐야 합니다 [김용우의 각개전투]
아파트에 입주자대표회의가 있는 것처럼 상가에도 관리단이 있습니다. 상가가 신축돼 집합건물에 관한 등기가 이뤄지면,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관리단이 자동으로 성립합니다. 관리단은 건물과 그 대지, 그리고 부속시설의 관리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 관리단은 집합건물법에 따라 성립하는 법정단체입니다. 구분소유자가 10인 이상이면 관리인을 반드시 선임해야 합니다. 따라서 호실이 몇개 되지 않는 소규모 꼬마빌딩에선 관리인 선임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 상업시설처럼 수백 개의 호실이 존재하는 상가라면, 관리단이 다루는 자금 규모가 커지고 관리단의 의사결정이 상가 운영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커집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상가는 관리단 규약을 두고, 상가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미리 정해 둡니다. 예를 들어 관리업체 선정, 관리비·수선적립금·사용료의 징수 및 지출, 관리단 운영 방식 등이 규약에 포함됩니다. 정부 역시 다양한 유형의 집합건물을 고려해 표준관리규약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단동형 건물, 단지형 건물, 관리위원회를 두는 경우와 두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상당수 상가가 이러한 표준관리규약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분소유자 수와 전유면적에 따른 의결권, 두 기준이 함께 필요한 이유

관리규약은 상가 구분소유자들의 권리와 의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관리규약의 설정·변경·폐지는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과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집합건물법 제29조 제1항). 법은 구분소유자의 수와 함께 의결권이라는 기준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주식 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집합건물은 면적을 함께 고려합니다.

먼저 구분소유자는 각 호실의 소유자를 의미합니다. 즉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숫자입니다. 예를 들어 상가 10개를 10명이 각각 소유하고 있다면 구분소유자는 10명입니다. 반면 상가 10개를 2명이 나눠 갖고 있다면 구분소유자는 2명입니다. 한 사람이 모두 소유하고 있다면 구분소유자는 1명이 됩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처럼 구분소유자 수 만으로 상가 관리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가 1층엔 서로 다른 소유자가 가진 소형 점포 9개가 있고, 2층부터 10층까지는 하나의 소유자가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구분소유자 수 만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1층 점포 소유자 9명의 의견 만으로 중요한 규약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면적이 훨씬 큰 상가를 가진 2층 이상 소유자의 이해관계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불합리를 막기 위해 법은 의결권이라는 개념을 함께 두고 있습니다. 집합건물법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각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을 전유부분의 면적에 따라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집합건물법 제37조 제1항). 전유면적은 각 점포의 개별 면적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면적이 큰 점포의 소유자는 더 큰 의결권을 갖게 됩니다.

결국 관리규약과 같은 중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서는 소유자 수 기준 뿐 아니라 면적 기준에서도 일정한 찬성이 필요합니다. 집합건물법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다수의 소형 점포 소유자와 소수의 대형 점포 소유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키려는 것입니다. 토지와 건물이라는 한정된 재화를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특성이 반영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합건물법은 관리단집회의 의결 정족수로 의결권 과반수 뿐 아니라 구분소유자 과반수를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은 면적을 가진 다수의 구분소유자가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것을 막고, 반대로 큰 면적을 가진 소수의 구분소유자가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도 방지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런 점에서 집합건물의 의사결정 구조는 주식회사와도 다릅니다.

구분소유자 정족수를 배제한 규약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원칙을 분명히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3다222949). 이 사건 건물은 지하 6층~지상 23층 규모였습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상업시설이고 지상 4층부터 23층까지는 업무시설이었습니다. 상업시설은 40개의 전유부분으로 구성돼 있었고, 업무시설은 20개의 전유부분으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건물 신축 및 분양사업 시행자는 2011년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습니다. 같은 날 상업시설은 A회사에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고, 업무시설은 B회사에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습니다. 이후 업무시설 전체가 C회사에게 이전됐습니다.

2020년 관리단은 C회사의 소집으로 임시관리단집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건물의 구분소유자는 총 41명이었습니다. 이 중 15명만 집회에 참석했지만 이들이 가진 의결권은 전체의 87.61%였습니다. 이 상태에서 관리인 선임 투표가 이뤄졌고, C회사의 찬성 만으로 새로운 관리인이 선임됐습니다. 이에 다른 구분소유자들은 해당 관리인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문제는 2011년 8월 A회사와 B회사가 제정한 관리규약의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규약은 관리인 선임 등의 의결을 할 때 ‘구분소유자 과반수’ 요건을 삭제하고, ‘의결권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결권 과반수 찬성’ 만으로 의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습니다. 형식적으로 보면 A회사와 B회사 두 소유자가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구분소유자 100%와 의결권 100% 요건을 충족한 것처럼 보였고, 유효한 관리규약에 따른 결의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관리단의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제1심과 제2심은 관리인 선임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소 문제는 있어 보이나 집합건물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규약이 실질적으로 구분소유자의 의사를 배제하는 구조로서 무효라고 봤습니다.

즉, A회사와 B회사가 규약 제정에 동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A회사는 상업시설 전체의 구분소유권을 수분양자들에게 이전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신탁받아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규약 제정 당시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수분양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특히 규약을 변경하려면 C회사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C회사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규약 자체를 변경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이 규약은 상업시설 구분소유자들의 의사 반영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됐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구조를 반사회질서에 해당한다고 봤고, 해당 규약에 따른 관리인 선임 결의는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관리규약에서 구분소유자 정족수가 배제돼 있는지 확인할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대법원은 형식적으로 집합건물법의 요건을 충족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구분소유자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배제하는 규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상가 구분소유자, 특히 대형 상가의 구분소유자라면 자신이 속한 관리단의 규약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규약에 구분소유자 정족수 요건을 배제하는 내용이 있다면 그 규정이 어떤 경위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현재도 위 대법원의 최근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유효한지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