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빌라 시장…'재개발 사다리' 타기 위한 조건
서울시 재개발 시장을 견인하는 양대 축은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이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책은 행정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해 재개발 사업에 속도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강 변과 뉴타운(재정비촉진사업) 등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신통기획으로, 소규모 노후 저층 주거지는 모아타운으로 지정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시장은 사업 ‘속도’와 ‘가능성’에 즉각 반응한다.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시공사 선정까지 마쳐 사업성을 확보한 마포구의 한 모아타운 구역을 예로 들어보자. 해당 구역의 전용면적 3.3㎡당 평균 거래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487만원(총 9건 거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관리계획 승인이 이뤄지자 시장은 달아올랐다. 2025년 한 해에만 이 구역에서 10건의 거래가 집중됐다. 3.3㎡당 평균 거래가는 3220만원으로 뛰었다. 이는 2024년 평균 거래가(5건·2445만원)와 비교했을 때 30% 넘는 상승률이다.
재개발 예정지 빌라 투자가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권리산정 기준일’은 입주권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요건일 뿐이다. 정작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본질은 따로 있다. 바로 사업성, 추진 가능성, 그리고 추가 분담금이다. 최근 아파트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 시대에 접어들며 ‘재개발은 곧 대박’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사업성이 떨어지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수억원에 달할 수 있다. 이는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를 초래한다. 또 모아타운이나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됐다고 하더라도 주민 동의율이 낮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한 지역은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무산될 수 있다.
지역별로도 시장의 명암은 갈린다. 마포구, 성동구 등 사업성이 검증된 곳은 매수 문의가 이어지며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적 기대만 있고 실질적 사업 구조가 취약한 지역은 외면받고 있다. 투자자들이 빌라라는 건축물이 아니라 그 땅 위에 세워질 ‘미래의 아파트 가치’를 냉정하게 따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지금의 시장 변화는 특정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먼저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원하는 지역에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3040세대’다. 이들에게 입지 좋은 재개발 빌라는 이른바 ‘몸테크’를 감수하더라도 상급지로 진입할 수 있는 현실적 통로다. 둘째 수도권 부동산에 자산 일부를 투자하려는 중장기적 수요자다. 실거주 의무 없이 주택에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재개발 빌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막연한 기대보다는 가격 변화와 사업 진행 속도를 비교하며 냉정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