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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한 장 못 가져왔어요"…봄 옷 30만장 개성에 두고 온 만선
2016년 2월 당시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코트 자켓 블라우스 등 봄 신상품 30만장
단 한 장도 못 가져온 의류 제조사 만선
투자금 135억 중 정부가 인정한 건 91억뿐
지금도 40억 빚 그대로…"피해액 제대로 보상해야"
코트 자켓 블라우스 등 봄 신상품 30만장
단 한 장도 못 가져온 의류 제조사 만선
투자금 135억 중 정부가 인정한 건 91억뿐
지금도 40억 빚 그대로…"피해액 제대로 보상해야"
국내 여성복 브랜드 옷을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던 만선의 성현상 회장은 1987년 회사를 창업했다. 서울 구로동에서 옷을 만들다가 2006년 만선개성 법인을 세우고 공장을 지었다. 투자금은 44억원. 당시 일부 설비를 가져가기도 했지만 새 기계를 개성에 들여놨다. 국내에선 100명, 개성에선 1500명이 근무했다.
성 회장은 "당시 매출은 OEM(주문자상표부착)이었기 때문에 연간 약 150억원가량이었는데 완제품 매출로 계산하면 약 500억원에 달했다"며 "당시 개성에 같이 진출했던 신원을 빼고는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 여성복 옷을 다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형지그룹, 세정, LG패션(현 LF) 등의 코트, 점퍼, 자켓, 블라우스, 원피스, 바지 등을 제조했다. 엘리트 학생복도 만들었다.
만선이 2016년까지 개성에 투자한 총 금액은 약 135억원. 성 회장은 "정부가 가동중단 피해금액을 산정할 때 기계를 10년, 건물을 20년 감가상각해서 실제 인정해준 건 91억원이었다"며 "무엇보다 우리처럼 계절 상품을 만드는 업체가 딱 봄 신상품을 다 완성했을 때 못 가져온 것이 아주 치명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성 회장은 2월 11일 오전 5톤 트럭에 직원 한 명을 태워 개성에 보냈다. 봄 코트, 학생복 등 손에 잡히는 대로 5만장의 완성품을 트럭 가득 싣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완성품 30만장 중 5만장밖에 못 실었지만 오후 4시30분께 남한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북측에서 "개인 물품만 가져갈 수 있다"며 막아서는 바람에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5만장을 쏟아놓고 돌아서야 했다.
성 회장은 "한 장이라도 더, 더 하면서 개성법인장이 마지막까지 싣느라고 오래 걸렸다고 울먹였다"며 "처음엔 옷 건져오길 바라다가 저녁까지 안 내려오니까 사람만이라도 무사히 와달라고 빌게 됐다"고 했다.
그 피해는 약 70억원에 달했다. 당장 2월 말부터 매장에 걸어야 할 봄 옷을 거래처들이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성 회장은 "옷 한 벌에 들어가는 원부자재가 많은 건 50개에 달하는데 그걸 2월 11일부터 다시 생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그 일로 거래처한테 소송도 당하고 참 많은 일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한에 돌아와 매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했다. 그는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보험에 22억5000만원이라는 한계를 뒀는데 우린 60억원이 넘는 원자재 피해를 입었다"며 "40억원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끝내 사업을 포기하고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나는 사업도 못 하게 됐고 소송까지 당했는데 거래처에는 심정적으로 미안한 상황이 된 것"이라며 "지금도 40억원가량의 빚이 그대로 있다"고 했다.
현재 만선은 경기도 일산에 작은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직원 5명이 근무한다. 제대로 일거리가 들어오진 않는데도 월 3000만원, 연간 4억원의 운영비용이 든다. 성 회장은 "문재인 정부 때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겠다고 한 말에 핵심 인력을 내보낼 수 없어서 5명의 직원을 그대로 두고 월급을 주는 것"이라며 "언제고 다시 개성공단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