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권 안 쓰고 2.5억 더 낼게요"…세입자 속내는 [돈앤톡]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여기서 더 살고 싶다"…계약갱신청구권 연기하는 세입자
"청구권 미사용 후 계약 연장…추후 사용 여부 미지수"
"향후 집 매도 계획 있다면 세입자에 갱신권 사용 권고"
"청구권 미사용 후 계약 연장…추후 사용 여부 미지수"
"향후 집 매도 계획 있다면 세입자에 갱신권 사용 권고"
올해 서울 아파트에서 맺어진 임대차 재계약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비율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입자들이 미리 가격을 올려주면서 향후 2년을 더 살기 위해 갱신청구권 사용을 미루는 경우가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입니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서울에서 계약이 맺어진 전·월세는 모두 653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갱신계약은 모두 3228건입니다. 전체의 49.36%가 기존의 계약을 갱신한 셈입니다.
갱신계약이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계약은 1902건이었습니다. 전체 갱신계약 3228건 가운데 58.92%를 차지했습니다. 10건 중 6건은 계약을 갱신하면서 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세입자의 권리입니다.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세입자는 기존 계약에서 5%를 더 내고 2년을 추가로 살 수 있습니다. 집주인은 정당한 사유(세입자가 2회분 이상의 월세를 연체했을 때, 집주인이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 경우 등)가 없다면 이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세입자가 법으로 보장된 계약갱신청구권을 2년을 거주한 이후 바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더 길게 살고 싶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향후 2년 뒤에는 결국 이사를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임대료를 5% 이상 올리게 되면 현시점에서 다시 계약이 시작되기 때문에 향후 2년 뒤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미룰 수 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 14일 보증금 9억원, 월세 250만원에 월세 계약을 다시 맺었습니다. 기존엔 보증금 9억원에 180만원이었습니다. 같은 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16일 보증금 5억원, 월세 490만원에 재계약했습니다. 기존보다 각각 1억원, 40만원 더 오른 수준입니다.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세입자들이 먼저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연기하겠다고 나서는 사례가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있는 사례"라고 전했습니다. 송파구에 가락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요즘 워낙 집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직장이나 아이들 학교 문제 등 거주 중인 곳에서 더 있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미리 집주인한테 얘기해 임대료를 더 올리는 대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세입자들에게 굳이 집주인에게 이런 요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합니다. 지금 전세나 월세를 올려줘도 2년 뒤에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되지 않아서입니다.
강동구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2년 뒤에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얘기하면 오히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셈이 돼 버린다"며 "순리대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고 2년 뒤 시세에 맞게 가격을 올려주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세입자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 필요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서울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세입자가 있으면 집을 매매하기 까다로워져서입니다.
반포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세입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집을 매매할 수가 없다"며 "집을 매매할 계획이 없다면 크게 상관이 없겠지만 2~4년 내 집을 매도할 계획이라면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도록 권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