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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역사를 바꾼 위대한 천재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천재백서
불렌트 아탈라이 지음
이원경 옮김
상상스퀘어 / 672쪽│2만8000원
다빈치에서 아인슈타인까지
혁명적 천재들의 조건을 추적
천재성, 재능만으론 설명 안돼
개인의 산물이자 시대의 산물
불렌트 아탈라이 지음
이원경 옮김
상상스퀘어 / 672쪽│2만8000원
다빈치에서 아인슈타인까지
혁명적 천재들의 조건을 추적
천재성, 재능만으론 설명 안돼
개인의 산물이자 시대의 산물
베토벤의 사례는 이 책의 문제의식을 가장 잘 보여준다. 베토벤은 기본적인 산수에도 서툴렀지만, 그의 음악에는 피보나치 수열이나 황금비에 가까운 자연의 비례와 반복 구조가 본능적으로 스며 있다. 아탈라이는 이를 학습된 계산의 결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청각을 잃은 이후 더욱 강화된 내면의 청취와 직관적 구성 능력이 음악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해석한다. 실제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베토벤은 머릿속에서 음악을 ‘가상으로’ 구축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형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품들을 연이어 탄생시켰다. 신체적 결핍이 창조성을 억누르기보다 오히려 방향을 바꿔 증폭시킨 셈이다.
셰익스피어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저자의 시선은 구체적이다. 아탈라이는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언어적 재능 하나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활동하던 시대의 사회적 격변과 인간관의 변화를 함께 읽어낸다. 르네상스 후반, 인간의 내면과 욕망을 탐구하려는 흐름 속에서 셰익스피어는 인물의 심리를 전례 없이 깊이 파고들었다. <햄릿>이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대인의 정신을 설명하는 텍스트로 읽히는 이유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창작 방식을 기존 장르의 규칙 안에서 완성도를 극대화하면서도 동시에 폭발적인 속도로 작품을 쏟아내는 혼합형 창조 모델로 설명한다. 치밀한 구조와 분출하듯 이어지는 생산성이 한 사람 안에서 공존했다는 분석이다.
이 책이 던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은 예술과 과학의 관계다. 아탈라이는 두 영역이 본질적으로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같은 구조를 공유하는 서로 다른 언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양자역학이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세계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드러냈듯, 예술 역시 해석의 주체에 따라 의미가 끊임없이 갱신된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아인슈타인을 뉴턴의 계승자라기보다 다빈치나 피카소에 가까운 존재로 위치시킨다. 수식 이전에 이미지와 직관에서 출발한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은 과학적 통찰이 예술적 상상력과 분리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저자가 반복해 강조하는 결론은 분명하다. 천재성은 타고난 재능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강렬한 호기심과 집요한 집중력, 때로는 결함과 불안정성,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재능을 요청하는 시대적 조건이 맞물릴 때 비로소 세계를 바꾸는 창조가 탄생한다. 같은 재능이라도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전혀 다른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천재는 개인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시대의 산물이다.
인공지능(AI)이 예술과 과학의 영역까지 빠르게 잠식하는 오늘, 이 책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기계는 계산과 모방을 넘어 아무도 보지 못한 표적을 발견할 수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조심스럽지만 분명하다. 인간의 변혁적 천재성은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고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려는 사유의 태도에서 나온다.
결국 이 책은 다섯 명의 위대한 인물을 다룬 전기가 아니라, 인간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가능성에 대한 탐구 보고서다. 천재를 이해하려는 이 여정은 동시에 오늘을 사는 독자에게도 자신의 사고와 창조성을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지적 자극이 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