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은 하나, 결론은 둘?…참 어려운 '실질적 지배력' [지평의 노동 Insight]
법원, '백화점·면세점 하청 교섭 의무' 인정
실질적 지배력 적용…중노위와 다른 결론
사안별 결론 제각각…예측가능한 기준 필요
실질적 지배력 적용…중노위와 다른 결론
사안별 결론 제각각…예측가능한 기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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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2026. 3. 10. 시행 예정) 제2조 제2호 후단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이른바 '실질적 지배력')'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관해서 논란이 많다.
法 "백화점·면세점, 하청 단체교섭 의무 부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위에서 언급한 사안에서 "백화점·면세점을 운영하는 사업자(이하 백화점 ·면세점)가 각 의제와 연관된 판매사원들의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직접 가지거나, 최소한 화장품 업체 또는 화장품 업체와 공급·판매 대행 계약을 체결한 업체와 중첩적으로 가지므로 그 범위에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서울행정법원 2025. 10. 30. 선고 2024구합72896 판결). 이에 따라 백화점·면세점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지 않고, 단체교섭 상대방도 아니라고 본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은 잘못이라는 판단이었다.
서울행정법원도 백화점·면세점이 화장품 업체와의 관계에서 일반적인 도급계약에 기초한 원·하청 관계에 준하는 정도로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고 봤다. 그러나 ① 백화점·면세점이 영위하는 사업은 기본적으로 백화점·면세점 내에서의 '상품 판매'이고 ② 이는 대부분 입점 업체 등 납품 업체가 파견한 판매사원들이 개별적인 상품 판매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이뤄지며 ③ 백화점·면세점이 판매 사원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상 지휘·명령을 내리지 않는 것은 입점 업체별로 고유의 상품 특성을 고려한 독자적인 상품 판매 전략을 수립·실행해 매출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판매 사원들이 상품 판매 업무에 관해 제공하는 노무는 백화점·면세점의 사업 수행에 상시적·필수적인 것은 물론, 구조적으로 백화점·면세점 사업 체계에 직접 편입돼 있다"고 판단했다.
'실질적 지배력' 기준 처음 제시한 건 중노위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단체 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 지위를 판단하기 시작한 것은 중노위로 알려져 있다. 중노위는 2021년 택배기사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이 택배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건에서 "택배회사가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의제에 대하여 실질적·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정(중앙노동위원회 2021. 6. 2.자 중앙2021부노14 결정)한 바 있다.
중노위-법원 판단 다를 땐…현장 혼란 가중
그런데 이번 백화점·면세점 사안에서 중노위는 백화점·면세점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지 않은 반면, 법원은 인정하며 서로 다른 결론을 내놨다. 두 기관의 판단은 왜 달랐을까? 아직 시행 전인 개정 노동조합법이 영향을 미쳤던 걸까? 다만 법원은 이 사건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근로 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자도 포함된다는 해석은 개정 전 노동조합법 규정에 의하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시해 이번 판단이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하나의 사실관계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같은 판단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중노위와 법원이 이 기준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 판결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기 위해 반드시 우월적 지위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의 입장이 확인됐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개별 사안마다 구체적인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례가 많아진다면, 현장에서 노사가 겪게 될 혼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실질적 지배력'에 대해 보다 예측 가능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