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권 보로노이 대표가 차세대 표적항암제 VRN11의 최신 임상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가 차세대 표적항암제 VRN11의 최신 임상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보로노이가 개발 중인 차세대 폐암 표적항암제(VRN11)가 현세대 항암제 ‘타그리소’의 대표적인 내성변이(C797S) 환자에 대해 효능과 안전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국내 신약벤처가 개발한 신약후보물질 중 ‘계열내 최고’(Best in class)가 아닌 ‘혁신신약’(first in class)으로 인정받는 데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로노이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 암학회 ‘AACR-NCI-EORTC 2025’에서 여러 차례 EGFR 표적 치료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C797S 내성 환자 4명 중 3명에서 종양이 30% 이상 감소하는 부분반응(PR)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ORR 75%).

C797S는 3세대 EGFR TKI(타그리소·렉라자 등) 사용 후 나타나는 대표 획득내성으로 현재까지 승인된 표적치료제가 없다. 특히 뇌전이 동반 비율이 높아 치료가 까다롭고, 해외 신약개발사도 고용량 독성 문제로 임상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분야다.

임상 1a상 단계인 VRN11은 10㎎부터 순차적으로 증량해 현재 400㎎ 이상까지 투여했다. 고용량에서도 내약성이 유지돼 임상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320㎎ 용량에서는 EGFR-C797S 변이에 대한 결합력(target engagement)이 타그리소 대비 180배 수준으로 확인됐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사진)는 “표적항암제에서 결합력이 곧 효능과 직결되는 점을 감안하면 VRN11이 C797S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신호는 더 뚜렷했다. VRN11을 매일 160~400㎎씩 복용한 중·고용량군 환자 34명에게서 3등급 이상 중증 이상반응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기존 3세대 TKI가 항목별로 고등급 독성을 꾸준히 동반했던 점을 고려하면 내약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확인된 셈이다.

뇌전이 환자에게 보인 효능 데이터도 VRN11의 강점으로 꼽혔다. 뇌척수액(CSF) 내 약물 농도가 혈중 대비 약 200%로 측정돼, 타그리소 대비 약 30배 높은 수준의 뇌(중추신경계) 침투력을 보였다. 실제 임상에서도 뇌전이 병변을 가진 환자 3명 중 2명에서 종양 완전소실, 1명에서 감소가 확인됐다. 과거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야 했던 기존 표적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C797S 환자 대상 美 FDA 가속승인 노린다

보로노이는 내년 중 C797S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확증임상을 진행해 그 결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승인을 노려보겠다는 계획이다. 타그리소나 렉라자 치료 이후 발생한 C797S 내성변이에 대해 승인된 약이 없는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목표 ORR은 50% 이상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타그리소가 과거 1·2세대 표적항암제에서 발생한 T790M 내성변이에 대해 타그리소가 ORR 50%와 무진행생존기간(PFS)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속승인을 받았던 사례와 구조가 유사하다”며 “VRN11 역시 이를 벤치마킹해 승인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ACR-NCI-EORTC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유럽 암연구 및 치료기구(EORTC)가 공동으로 주관해 미국과 유럽에서 매년 순회하여 개최되는 국제학회다.

보스턴=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