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미수금 공포'…타워크레인 멈추고 법정관리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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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37곳 폐업…1년새 10%↑
법정관리 9곳 중 6곳이 지방업체
법정관리 9곳 중 6곳이 지방업체
건설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전국 곳곳의 공사 현장이 멈춰 서고 있다. 한때 지역을 대표하던 중견 건설사마저 부도 처리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 미분양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맞물린 결과다. 국내 건설업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지방 중견 건설사가 잇따라 무너지며 건설 생태계 기반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 지방 건설사 잇단 법정관리행
1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8월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사는 437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396곳)보다 10.4% 늘었다. 하루평균 1.8곳이 폐업했다는 뜻이다. 상당수는 지방 업체다.지역을 대표하는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법정관리를 신청한 시공능력평가 50~250위권 건설사 9곳 가운데 6곳이 지방 업체였다. 대흥건설(충북 충주), 대저건설(경남 김해), 홍성건설(경북 경산), 삼정이앤시·삼정기업(부산), 영무토건(광주) 등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영 실적이 좋았던 경북 6위 업체 홍성건설(시공능력평가 167위)마저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지역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확산하고 있다. 홍성건설은 직전 회계연도(2023년 7월 1일~2024년 6월 30일)에 5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회사다. 하지만 공사 미수금 회수 지연 등으로 현금 흐름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곳곳에서 공사도 멈춰 서고 있다. 지난 5월 영무토건(시공능력평가 232위)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경기 양주시 은현면 아파트 현장(644가구)은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기약이 없다. 이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 분양보증을 받은 현장이다. HUG는 보증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법정관리 결과가 나와야만 계속 사업 여부가 결정된다.
강원 춘천시 민간 임대아파트 ‘시온 숲속의 아침뷰’도 공정률 약 80%에서 공사가 멈췄다. 시공사 시온건설개발과 시행사 시온토건이 지난해 부도 처리되면서 분양 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2021~2022년 한 건도 없던 분양 보증사고는 2023년 16곳, 지난해 17곳(1조155억원)으로 늘었다.
◇ 지방 경제도 직격탄
지방 주택시장 침체와 수요 감소로 시장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방에 일자리를 둔 직장인도 서울 아파트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6월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2832건으로, 1월(1385건)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 서울 거래량(1만2665건)의 22.4% 수준이다.전문가들은 건설산업이 내수 경기 회복, 고용 창출 등과 관련이 깊어 생태계가 무너지면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크다고 진단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행도 올해 저성장의 핵심 원인으로 건설 부문 부진을 꼽았다”며 “건설업은 전후방 연관 산업이 다양하고, 고용 창출뿐만 아니라 국민 삶의 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PF 사업은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회생 여력이 없는 부실 PF는 어느 정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상무는 “침체한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면 다주택자 취득·양도세 중과세율을 없애야 한다”며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해선 각종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락/유오상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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