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현대미술관(CAPC)에서 <일상의 발명> 전시가 2026년 1월 4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작은 행동들이 사회 문제에 맞서 저항하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가 열리는 CAPC는 1824년 세관 창고로 지어진 레네 창고에 자리한다. 이곳은 한때 식민지에서 들여온 설탕, 커피, 카카오 등을 보관하던 장소였으며, 1973년 현대미술센터로 바뀐 뒤 1984년 리노베이션을 거쳐 오늘날의 미술관으로 발전했다.

<일상의 발명>은 환경 문제를 주제를 다루며,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재활용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기획은 퐁피두 센터, 오르세 미술관, 까르띠에 재단의 전시 방향과도 연결된다.
전시 전경,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Bordeaux), 2025년 7월 4일 - 2026년 1월 4일, Curator Sandra Patron / 사진. ©Arthur Péquin
전시 전경,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Bordeaux), 2025년 7월 4일 - 2026년 1월 4일, Curator Sandra Patron / 사진. ©Arthur Péquin
저항과 생존의 비판적인 실험실

이번 전시는 20세기 프랑스 학문사의 거장이자 예수회 사제였던 미셸 드 세르토의 사상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다. 드 세르토가 1980년에 출간한 <일상의 발명>은 대중문화가 개인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개별화되는지를 탐구한 책으로, 오늘날 일상생활 연구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에는 30명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하여, 일상 루틴과 숨겨진 요소들을 다양한 예술적 언어로 조명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생태적, 경제적, 제도적 위기는 사회 참여 예술가들에게 삶과 노동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결과물이 이번 전시에 다채로운 형태로 구현되었다.
제니퍼 코베, <디프랙션즈(Diffractions)>,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Bordeaux), 2025년 7월 4일 - 2026년 1월 4일, Curator Sandra Patron / 사진. ©Arthur Péquin
제니퍼 코베, <디프랙션즈(Diffractions)>,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Bordeaux), 2025년 7월 4일 - 2026년 1월 4일, Curator Sandra Patron / 사진. ©Arthur Péquin
ZAD와 사회적 공간

ZAD는 개발 예정 구역이자 보존 구역을 의미하며, 사회운동가들의 집결지를 상징하는 프랑스 도시계획 용어이다. 이러한 ZAD에서 착안한 설치작품 중, 특히 중앙 홀에 설치된 피아 카밀의 대형 천막은 패스트 패션 티셔츠로 만들어졌으며, 재래시장이나 시위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관람객은 이 익숙한 공간과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체험하게 된다.
피아 카밀, <Bara, Bara, Bara>,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Bordeaux), Curator Sandra Patron / 사진. ©Arthur Péquin
피아 카밀, <Bara, Bara, Bara>,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Bordeaux), Curator Sandra Patron / 사진. ©Arthur Péquin
땀과 노동의 흔적

미술관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오래된 온실에서 가져온 유리판을 재활용한 윌프리드 알멘드라의 작품은 노동자 계층과 공유 채소밭에서 흘린 땀과 노동의 흔적을 상징한다.
윌프리드 알멘드라, <Labor-day>,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Bordeaux), Curator Sandra Patron / 사진. ©Arthur Péquin
윌프리드 알멘드라, <Labor-day>,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Bordeaux), Curator Sandra Patron / 사진. ©Arthur Péquin
미얼리 라더먼 우켈레스는 가사노동과 저임금 노동 등 사회에서 소홀히 취급되는 문제를 예술로 표현해온 작가이다. 그녀의 퍼포먼스 Touch-Sanitation에서 그녀는 뉴욕의 환경미화원 약 8,500명을 직접 만나 “뉴욕을 살아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악수를 하였다.

그리고 얼음덩어리가 녹아 물이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밀고 다닌 프란시스 알리스의 퍼포먼스 영상에서는 노동의 고됨이 때로는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 나게 보여주었다.

또한 장-뤽 물렌은 파업 노동자들이 제작한 오브제 시리즈를 통해, 노동자의 자율성과 기술력, 그리고 투쟁과 연대의 메시지를 작품 속에 담았다.
[좌] 미얼 레더먼 유켈리스, <Touch-Sanitation>, 1977-1980, 로렌 지방 현대미술 컬렉션(Frac Lorraine, 메츠)  [우] 프란시스 알리스, <실천의 역설 I (때로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1997 / 사진제공. 데이비드 즈위너
[좌] 미얼 레더먼 유켈리스, <Touch-Sanitation>, 1977-1980, 로렌 지방 현대미술 컬렉션(Frac Lorraine, 메츠) [우] 프란시스 알리스, <실천의 역설 I (때로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1997 / 사진제공. 데이비드 즈위너
[좌] 장 뤽 물렌의 <연대감의 향수>, 파업의 오브제, 1999, 사진 DR.  [우] Manufrance에서 만든 17호 프라이팬, 파업의 오브제, 1999, 사진 DR. / 사진출처. FRAC Île de France 사이트
[좌] 장 뤽 물렌의 <연대감의 향수>, 파업의 오브제, 1999, 사진 DR. [우] Manufrance에서 만든 17호 프라이팬, 파업의 오브제, 1999, 사진 DR. / 사진출처. FRAC Île de France 사이트
재난에 맞서는 생존 수단

모리 유코는 일상의 작은 재난을 키네틱, 사운드 설치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도쿄 지하철 누수를 즉흥적으로 수리하기 위해 사용된 파이프, 물통, 방수포 등 재활용 사물들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정신의 설치 작품을 떠오르게 한다.
모리 유코, <Compose>,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2024 / 사진. © Kuge yasuhide
모리 유코, <Compose>,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2024 / 사진. © Kuge yasuhide
다니엘 오테로 토레스의 건축 구조물 아래에 흐르는 물은 지구 온난화로 점점 높아지는 수면에 대응하자는 작가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자본주의가 인간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과 자연과 정치가 얽혀 있는 관계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다니엘 오테로 토레스, <An Ocean in Every Drop> / 사진. © Daniella Bapista/Art Jameel
다니엘 오테로 토레스, <An Ocean in Every Drop> / 사진. © Daniella Bapista/Art Jameel
개인과 집단, 연대성

관객 참여형 전시는 팔레 드 도쿄나 퐁피두 센터 등에서 최근 들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참여 예술 경험은 문화 예술을 통해 사회적 혁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마리넬라 세나토레의 작품 <프로테스트 바이크(Protest Bike)>는 2016년 파리에서 처음 선보인 공공 참여 프로젝트로 시민들은 시위를 위해 자전거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자전거에 설치된 메가폰으로 구호를 외치며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다.
마리넬라 세나토레, <Protest-Bike-Paris>, 2016,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Bordeaux), 2025년 7월 4일 - 2026년 1월 4일, Curator Sandra Patron / 사진. © Arthur Péquin/Mazzoleni London Torino
마리넬라 세나토레, <Protest-Bike-Paris>, 2016,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Bordeaux), 2025년 7월 4일 - 2026년 1월 4일, Curator Sandra Patron / 사진. © Arthur Péquin/Mazzoleni London Torino
마이더 로페즈의 작품 <무빙 가든(Moving Garden)> 역시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식물을 들고 함께 걷는 집단적 행위가 움직이는 정원을 만들어 내고 다양한 식물과 사람들이 이루는 이 행렬은 개인과 집단,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연결한다.
마이더 로페즈, <Moving-Garden>, 2022 / 사진. © Maider Lopez
마이더 로페즈, <Moving-Garden>, 2022 / 사진. © Maider Lopez
[관련 영상] ▶▶▶ 마이더 로페즈의 작품 Movin Garden (2022)

<일상의 발명>은 단순한 미술 전시를 넘어,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협력과 재활용, 참여적 경험을 통해 사회와 환경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실험적 공간이다. 관람객은 익숙한 사물과 공간, 그리고 일상의 루틴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힘을 발견하며, 현대 사회에서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보르도=정연아 패션&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