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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기증 덕에 양혜규 '빠진 퍼즐' 채웠다
작품 기증한 컬렉터 최정윤씨 인터뷰
양혜규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각예술가 중 한명이다. 이런 한국 대표 작가의 작품을 시기별로 확보하는 건 한국 현대미술을 보존하고 알리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의무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탓에 작품을 구입하는 게 쉽지 않았다. 기증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대부호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 세법 개정 등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지금 높은 평가를 받는 생존 작가의 주요 작품을 기증받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컬렉터 최정윤 씨(Choi Jeong Yoon)가 기증을 결심한 건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다. 최근 만난 그는 “백남준을 비롯한 한국 출신 주요 작가들은 국내 미술관보다 해외 미술관에서 주요 작품을 더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입을 뗐다.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기증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대규모 작품 기증이 잦은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미술품 기증이 활발하지 않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최씨는 수 년 전부터 ‘미술관에 기증하기 위한 컬렉션’을 따로 수집해 왔고, 대구미술관에도 작품을 기증하는 등 본격적인 기부를 시작했다.
기증 과정에서 느낀 점을 묻자 최씨는 “국공립미술관들이 지금보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미술관 실무자들의 전문성이나 열의는 충분했지만, 복잡한 행정과 지난한 서류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해외 미술관에 비해 국내 미술관에는 여러 제도적 제약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좋은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험정신과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예산 부족, 잦은 인사 이동 등 지금 국내 미술관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해외 미술관과의 경쟁은 갈수록 어려워질 겁니다.”
이번에 기증된 작품은 가로세로 1.8m에 육박하는 대형 작품이다. 최씨는 “양혜규 작가의 특성이 잘 드러난 중요한 시기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기쁘다”며 "작품 기증이 작품을 갖고 있는 것 못지 않게 기쁜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고 했다. 그는 “더 많은 국내 컬렉터들이 미술관에 좋은 작품을 기증해 이런 기쁨을 만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