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는 실내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무게를 줄인 경량화 디자인을 적용한 도심항공교통(UAM) 캐빈 콘셉트를 개발했다. 이 UAM 시트는 지난 1일 ‘202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기차·비행기·선박 부문에서 본상을 받았다. 현대트랜시스 연구원들이 UAM 캐빈 콘셉트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제공
현대트랜시스는 실내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무게를 줄인 경량화 디자인을 적용한 도심항공교통(UAM) 캐빈 콘셉트를 개발했다. 이 UAM 시트는 지난 1일 ‘202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기차·비행기·선박 부문에서 본상을 받았다. 현대트랜시스 연구원들이 UAM 캐빈 콘셉트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제공
“앞으로 시트는 모빌리티 업체 간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포인트가 될 겁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때 사람들이 신경 쓰는 건 계기판이 아니라 시트가 될 테니까요.”

지난 4일 경기 화성시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에서 만난 고명희 센터장(상무)은 현대자동차그룹이 각종 시트 개발에 힘을 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시트 관련 연구개발(R&D) 인력을 2020년 약 230명에서 약 500명으로 5년 만에 두 배 넘게 늘렸다. 목적기반차량(PBV), 자율주행차량, 도심항공교통(UAM) 시대가 열리면 시트가 차량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트 R&D 인력만 500명

'기술력 결정체' UAM 시트까지 접수한 현대트랜시스
센터 1층에 들어서자 UAM 콘셉트 시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 1일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공모전 ‘202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기차·비행기·선박 부문 상을 받은 바로 그 제품이다. 하늘을 날아다녀야 하는 UAM의 특성을 반영해 온갖 기술을 ‘다이어트’에 쏟아부었다. 철 대신 알루미늄으로 틀을 잡고, 가죽 대신 메시 소재를 쓰는 식으로 통상 20~40㎏인 시트 무게를 8㎏ 남짓으로 낮췄다.

고 센터장은 “일반 차량 시트 연구개발 기간의 두 배가 넘는 5년여를 투자해 첫 모델을 개발했다”며 “UAM 시트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그룹 산하 슈퍼널과 시트 공급에 대해 협력할 계획이다. 슈퍼널은 2028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가 최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UAM 시트를 발 빠르게 개발한 배경에는 2008년 ‘제네시스 BH’를 내놓기 전부터 차곡차곡 쌓은 ‘20년 프리미엄 시트 개발 노하우’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신체가 가장 많이 닿는 부위인 시트를 잘 만드는 게 프리미엄 차량의 경쟁력에 직결된다고 보고, 그때부터 시트 차별화에 올인했다. 이 덕분에 전동식 헤드레스트, 옆구리를 받쳐주는 사이드 볼스터 등 22개 방향 조절 기능이 담긴 제네시스 G90 시트는 안락함과 기능 측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제조업체들의 독무대였던 UAM 시트 개발 경쟁에 자동차 메이커가 뛰어들어 시제품까지 내놓은 건 흔치 않은 일”이라며 “그만큼 현대차그룹의 시트 경쟁력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UAM 수주 강화

현대트랜시스가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시트는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HTVM’이다. 이 시트는 승객의 생체 정보를 수집해 건강 상태를 체크한 뒤 릴랙션, 다리 마사지 등 다양한 헬스케어 기능을 제공한다. 실내 조명과도 연계돼 탑승자가 독서하는 자세를 취하면 ‘독서등’이 켜지고, 화면을 켜 동영상을 시청하면 ‘영상 모드’로 바뀐다.

현대트랜시스의 시트 부문 매출은 2019년 2조4473억원에서 지난해 4조7956억원으로 두 배로 늘었다. 이 회사 매출에서 시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2%에서 38%로 높아졌다. 올해 현대트랜시스의 시트 매출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가 현대차와 기아를 넘어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과 루시드 등 다른 완성차 메이커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매출이 한층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화성=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