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아래서부터 천장을 향해 치솟으며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배가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스튜디오 한.
수조 아래서부터 천장을 향해 치솟으며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배가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스튜디오 한.
“Search!” “Out!” “No, no, no!”…
본격적인 공연 시작 전부터 객석이 들썩인다. 칼을 들고 도망친 배우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관객들의 카메라를 향해 쇼맨십을 보이고, 이를 쫓는 무리들이 구호를 외치며 공연장을 수색한다. 그러다 곧 칼을 든 배우가 공연장 중앙의 수조로 ‘풍덩’ 몸을 던진다. 무대로 옮겨진 관객들의 시선에 기대와 설렘이 고조된다. 이내 물을 뚫고 하늘 위로 치솟는 선박과 음악에 맞춰 공중제비를 돌며 아파트 6층 높이를 다이빙하는 연기자들을 보며 관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새어 나온다.
음악에 맞춰 일제히 다이빙하는 출연진들이 순식간에 관람객들을 몰입시킨다. / 강은영 기자.
음악에 맞춰 일제히 다이빙하는 출연진들이 순식간에 관람객들을 몰입시킨다. / 강은영 기자.
지상 최대 수중 쇼로 불리는 ‘하우스 오브 댄싱워터’가 5년 만에 관객 앞에 선다. 마카오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시티 오브 드림스에서 진행되는 이 쇼는 2010년 9월 초연 당시 ‘태양의 서커스’ 연출가로 유명한 프랑코 드래곤이 감독을 맡아 전 세계 관객을 매료시켰다. 드래곤 감독의 서거 후, 쇼의 시작을 함께한 연출가 줄리아노 페파리니의 지휘 하에 한층 더 새로워진 ‘하우스 오브 댄싱워터 2.0’이 지난 5월 9일부터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각색한 스토리와 다채로운 의상, 조명과 영상장치 등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하우스 오브 댄싱워터'라는 쇼의 제목처럼, 공연 내내 물이 춤춘다. 배우들의 결투 장면에 비가 되어 내리다가, 분수가 되고 여인의 손짓에 맞춰 움직이기도 한다. /스튜디오 한.
'하우스 오브 댄싱워터'라는 쇼의 제목처럼, 공연 내내 물이 춤춘다. 배우들의 결투 장면에 비가 되어 내리다가, 분수가 되고 여인의 손짓에 맞춰 움직이기도 한다. /스튜디오 한.
앞뒤로 마주본 곡예사들이 높이 그네를 오르내리며 몸을 맡기다, 이내 수조로 뛰어들어 다이빙을 선보인다. /스튜디오 한.
앞뒤로 마주본 곡예사들이 높이 그네를 오르내리며 몸을 맡기다, 이내 수조로 뛰어들어 다이빙을 선보인다. /스튜디오 한.
세계 최고 올림픽 선수·곡예사와 자본의 만남

공연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바다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과 사랑에 빠진 이방인이 사악한 여왕에게 붙잡힌 그녀를 구하기 위한 여정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출연진들의 곡예와 다이빙, 수중 스턴트, 최첨단 무대 기술 시스템이 대사 한 마디 없이도 순식간에 관람객을 극에 몰입시킨다.

지상 최대 워터쇼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쇼에 동원된 스케일이 압도적이다. 극장 중앙에 자리잡은 수영장은 폭 50m, 깊이 9m로 올림픽 규모 수영장 5개를 합친 규모다. 이 거대한 수조를 채우는데만 약 1400만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전 올림픽 다이빙 선수들이 그대로 몸을 던져 자유 낙하하는 공연장의 높이는 25m로, 아파트 6층 높이에 달한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모인 300여명의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극장 중앙의 공연장과 천장, 수조 아래에서 최고의 쇼를 완성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로마 콜로세움을 닮은 270도 원형 극장은 어느 좌석에서도 동일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 스튜디오 한.
로마 콜로세움을 닮은 270도 원형 극장은 어느 좌석에서도 동일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 스튜디오 한.
이곳에서는 어느 자리가 명당일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270도 '원형 극장' 형태로 로마의 콜로세움을 닮은 이 극장은 어느 방향에서든 동일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좌석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우비의 제공 여부다. 수조와 가까운 D열까지는 배우들의 다이빙 장면에서 물을 맞는 생생한 체험이 가능해 우비가 지급된다.
특수바닥재를 활용한 무대는 순식간에 물을 배수해 육상과 수중무대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스튜디오 한.
특수바닥재를 활용한 무대는 순식간에 물을 배수해 육상과 수중무대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스튜디오 한.
마법처럼 수중과 육상 오가는 무대

최첨단 과학 기술이 더해진 무대는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꾼다. 방금 전까지 무용수들이 군무를 펼치던 무대가 순식간에 수영장으로 변하고, 연기자들이 헤엄치던 수영장이 출연진의 다이빙장이 된다. 곧이어 엔진 소리를 내며 아슬아슬한 묘기를 선보이는 오토바이 스턴트 존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눈 깜짝할 사이 장르를 넘나드는 퍼포먼스 공간으로 변화하는 이 무대에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돼 있다. 무대 표면은 미세하고 촘촘한 고무 소재의 특수 바닥재 ‘몬도(Mondo)’로 덮여 있다. 수백 개의 작은 구멍이 뚫린 이 몬도 아래에는 11개의 대형 유압 리프트가 설치돼, 공연 중 무대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중력과 압력 차에 의해 물이 구멍을 통해 아래 수조로 빠르게 배수된다. 이 과정에서 무대 위 물이 순식간에 마르는 듯한 효과가 연출된다.
아파트 6층 높이 천장에 달린 와이어와 연결한 끈에 의지해 곡예를 선보이는 연기자들. /스튜디오 한.
아파트 6층 높이 천장에 달린 와이어와 연결한 끈에 의지해 곡예를 선보이는 연기자들. /스튜디오 한.
배우들이 헤엄치던 수영장이 단번에 오토바이 스턴트 쇼를 진행하는 무대로 변한다. 양쪽에서 동시에 공중으로 떠오르는 오토바이는 부딪힐듯 아슬아슬한 묘기를 연출한다. /스튜디오 한.
배우들이 헤엄치던 수영장이 단번에 오토바이 스턴트 쇼를 진행하는 무대로 변한다. 양쪽에서 동시에 공중으로 떠오르는 오토바이는 부딪힐듯 아슬아슬한 묘기를 연출한다. /스튜디오 한.
쇼가 진행되는 90분 내내 최첨단 무대 기술과 수중 시스템, 정밀한 조명과 레이저, 분수쇼 등 장대한 시각적 효과가 펼쳐진다. 하지만 공연이 모두 끝나고 나면 이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의 몸이 얼마나 아름답게 움직일 수 있는가’를 극대화하는 배경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왕에게 붙잡힌 남성 포로들은 마치 붕대에서 풀려나며 추락하듯 25m 높이에서 역동적인 안무를 선보인다.

수면 위로 떠오른 정자 꼭대기에서는 오직 한 팔로 온몸을 의지한 곡예사가 고난도 동작을 연출하며 관객의 시선을 온전히 인간의 신체에 집중시킨다. 나그네가 지고 다니던 작은 상자 안에 몸을 웅크린 채 들어있던 기예인은 무대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뒤 연체동물처럼 유연하게 팔다리를 움직이며 경이로운 퍼포먼스를 펼친다.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것은 물뿐만이 아니다. 결국 이 무대의 주인공은 비범한 움직임으로 인간 신체의 아름다움과 한계를 넘나드는 퍼포머들이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