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록(rock)은 자유와 저항의 음악이다. 1940년대 말에서 1950년대 사이에 청년들 사이에서 태동한 록 음악은 정치적, 사회적 운동 끊이지 않은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저항 정신이라는 측면에서 록 음악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오묘한 공통분모가 있다. 언뜻 보기에는 고상하고 점잖은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소리 지르고 날뛰는 록 음악은 상극처럼 보인다. 하지만 햄릿 역시 체제와 권력에 저항하고 진실과 운명을 직시한 인물이다.

'보이스 오브 햄릿'은 이 미묘한 공통점을 무대로 구현했다. 공연은 햄릿이 죽은 뒤에 무대에 올라 록 콘서트를 한다는 독특한 설정의 뮤지컬이다. 굳이 장르를 분류하면 뮤지컬로 구분되지만, 실제 공연은 콘서트에 가깝다. 제목도 '보이스 오브 햄릿(햄릿의 목소리)' 아래에 '더 콘서트'라는 부제가 붙었다.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무대에도 현대와 과거가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LED로 밝힌 현대적이고 화려한 무대 앞에는 의자와 책 같은 전통적인 연극에서나 보일 법한 소품이 있다. 작품은 햄릿의 속 대사들을 가사로 바꿔 햄릿의 이야기가 일인칭으로 전하는 구연동화처럼 펼쳐진다. 옥주현, 신성록, 민우혁, 김려원에 이르는 화려한 캐스팅에서도 작품의 설정만큼 대담함이 느껴진다.

공연은 강렬한 록으로 시작한다. 부드럽고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음악이 아니라 무거운 메탈로 화끈하게 무대를 연다. 록 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은 소스라칠 수 있을 정도로 묵직하고 강렬하다. 기타 선율와 드럼 박자가 망설임 없이 극장을 울린다. 햄릿이 초고음 샤우팅을 내지를 때면 록 음악이나 햄릿의 이야기를 모르는 관객도 원초적인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다.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 공연 장면.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1인극에 록 콘서트인 만큼 배우의 역량이 오롯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무대다. 대사로 표현하는 셰익스피어의 운율 가득한 독백부터 성대가 찢어지는 듯한 고음까지 자유자재로 오가야 하는 역할을 김려원은 거뜬히 해냈다. 진짜 콘서트장에 온 듯 관객과 소통하고 장난치는 이벤트까지 더해 현장감을 살리고 자칫 반복적일 수도 있는 공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음향이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건 단점이다. 음악은 강렬하게 전해지지만 큰 악기 소리에 가사가 가려질 때가 많다. 대사도 전반적으로 먹먹하게 들린다. 셰익스피어의 시적인 대사가 매력인 '햄릿'인 만큼 아쉬움이 느껴진다. 공연은 6월 28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