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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열광하고 '눈물'…'폭싹 속았수다' 흥행비결 4가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흥행의 비결은...
짐작할 수 없는 깊이의 가족애
전 세계 인기 비결은 동일화
형식의 완성이 돋보이는 작품
'캐릭터의 중복성'과 '문학'
그리고 '자본과 기술의 결합'
흥행의 비결은...
짐작할 수 없는 깊이의 가족애
전 세계 인기 비결은 동일화
형식의 완성이 돋보이는 작품
'캐릭터의 중복성'과 '문학'
그리고 '자본과 기술의 결합'
<폭싹 속았수다>는 오애순이라는 여인의 일대기이며 애순이 사랑했던 남자 양관식과 그녀가 세상 누구와도 바꾸지 않으려 했던 첫째 아이 양금명의 가족사이다. 기이하게도 펄 벅의 대하소설 <대지>를 생각나게 만들고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영국 출신의 호주 작가 네빌 슈트의 소설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을 떠올리게 한다. 두 소설 모두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달랑’ 제주도가 배경이지만 그 정서적 규모는 앞의 두 소설을 능가할 정도이다. 사람들이 열광했던 건 애순-관식 커플의 사랑, 자식애였다. 그 애정과 사랑은 짐작할 수 없는 깊이와 넓이를 가졌고 그건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선대를 생각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동일화가 최고조였다.
드라마의 승부수는 동일화이다. 저 드라마 속 인물 중 저건 나인데, 라는 생각들을 대중들의 마음속에 뿌려내는 순간 작품이 갖는 흥행의 휘발성은 활활 타오른다. <폭싹 속았수다>가 지닌 동일화는 글로벌 수준의 보편성마저 지니는 것이었다. 당연히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이유이다. <폭싹 속았수다>의 성공은 따라서, <오징어 게임 1, 2>의 성공이 지닌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다. 세상사라고 하는 것이 폭력의 경쟁심보다 여전히 따뜻한 가족애가 운행의 중심이라는 것을 다소 진부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반 이의 제기 없이 받아들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다. 세상의 대중은 신파가 움직인다. <폭싹 속았수다>는 지구의 대륙 전체를 1cm 정도는 신파의 흐느낌으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폭싹 속았수다>가 만든 새롭지 않은 척 새로웠던, 첫 번째의 형식과 기법은 바로 캐릭터의 중복성이다. 애순이 관식과 신접살림을 차리고 금,은,동명을 낳고, 막내 동명이 사고로 죽고 등등, 인생의 파고를 겪어 가는 얘기에서 애순 역은 배우 아이유가 맡는다. 애순이가 중년이 된 후에는 배우 문소리가 이어받는다. 문소리가 낳은 금명이가 서울대를 나와 대기업 대우에 들어가고 등등 새로운 세대가 될 때는 다시 아이유가 바통을 받는다. 아이유는 애순이었다가 금명이가 된다.
<폭싹 속았수다>의 최고 장점 중의 하나는 지금과 같은 세대 간 단절의 시대에 이 가족만큼은, 아니 어떤 한 가족만큼은, 세상 어느 구석에서 끈질기게 자신들의 지금이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로, 그 미래로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점이야말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은 어찌 됐든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자각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되는 데는 아이유를 아이유의 캐릭터로 중첩시킨, 역시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형식의 도입과 기법의 구사가 큰 역할을 했다.
막내 동명이 방파제에서 죽고 젊은 엄마 애순은 아이를 안은 채 망연자실 앉아 있다. 그 앞으로 흐느적거리며 다가서는 어린 남편 관식(박보검), 무쇠 아빠 관식이 무릎을 꿇고 절규할 때 뒤에서는 거친 파도가 마을 안쪽까지 거칠게 때리려는 양 으르렁거린다. 그때의 아이유 내레이션이 ‘무쇠가 무너졌다’ ‘아비의 울음이 파도를 덮었다’이다. 애순이 친할머니 김춘옥(나문희)의 무덤 앞에서 부부가 허무한 표정을 지을 때의 내레이션은 ‘같이 온 소풍이지만 다들 물 때가 달랐다’였다. 바로 그 전 씬은 김춘옥보다 먼저 죽은 애순 엄마, 곧 김춘옥의 며느리 전광례(염헤란)가 나오는 과거 회상 씬이다. 광례는 시어머니 춘옥과 영정용 사진을 찍으며 묻는다. “그래서, 소풍이었소 고행이었소?” 그다음 씬이 바로 저 무덤 컷이다. 드라마를 문학이 받고, 문학을 드라마적으로 풀어낸다.
<폭싹 속았수다>가 성공한 또 다른 성공의 요소는 자본과 기술의 결합이 이번처럼 효능감을 발휘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한 마디로 ‘원 없이’ 돈을 쓴 드라마이다. 비공식적으로 6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 두 배가 든 것으로 보인다. 회당 제작비 평균 60억 원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16부작이니 천억 원 가까이로 계산된다. 한국 수준으로는 막대한 것이나 글로벌 넷플릭스 수준으로는 중저 예산일 수 있다. 어찌 됐든 막강한 자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만들어 낸 드라마이다. 제주도 광례(염혜란)의 집 같은 건 손쉽게 세트를 만들었을 것이다. 관식이네 집, 할머니 박막천(김용림) 집도 따로 지었을 것이고 애순 관식의 신혼 살림집, 곧 월셋집인 하르방(박병호) 집도 별도로 만들었을 것이다.
무수한 서브 텍스트들도 매우 중요했다. 극 중 빌런인 부상길(최대훈)을 포함해 관식의 엄마인 권계옥(오민애), 이모 해녀들 역인 차미경, 이수미, 백지원의 조연 연기는 없어서는 안 될 조미료였다. 금명이가 과외 알바를 했던 집 엄마 역 김금순은 독립영화 <울산의 별>로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이다. 김금순의 캐스팅은 놀라운 일이다. 은명(강유석)의 철없는 아내 역의 이수경 역시 영화 <기적>에 나왔던 기특하고 우수한 연기자이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에 나왔던 정해균은 애순이 작은 아버지로, <달콤한 인생>에서 러시아 갱단으로 나왔던 배우이자 감독 김해곤은 깐느 극장 대표로 오랫만에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이런 배우들이 드라마에 넘쳐난다. 이 점 역시 캐스팅 비용으로 원 없이 돈을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김용림·나문희·박병호·송광자급의 원로 배우들을 작가와 연출자가 늘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는 것 자체도 놀랍다. <폭싹 속았수다>는 문소리 박해준 아이유 등 주연 배우들 덕 만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무수한 조연 연기자들의 리얼 연기가 보태졌기 때문이다. 그 합체가 폭풍같은 감동의 드라마라는 변신 로봇을 만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