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통상 경쟁이 첨예해지면서 올해 무역기술장벽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해외 기업 제품에 대한 비관세 규제를 연초부터 2배 더 늘렸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이 WTO에 통보한 무역기술장벽(TBT) 건수가 598건으로 작년 1월(448건)보다 33% 늘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WTO 회원국은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 규정이나 표준, 평가 절차 등의 규제를 제정하고 개정할 경우 TBT 협정에 따라 WTO에 통보해야 한다. TBT 같은 비관세 장벽을 높이면 외국 기업은 이 기준을 맞추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2005년까지만 해도 905건으로 1000건에 미달했던 TBT 통보는 2010년 1874건을 넘긴 뒤 2018년(3065건)을 기점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2023년 4068건, 2024년 4337건 기록하며 매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1월부터 최고치를 내면서 연간 TBT 증가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친환경 차량, 냉장고 등 가전기기에 대한 규제를 늘리면서 TBT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미국의 TBT 통보는 작년 1월 42건에서 올 1월 7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외에도 아랍에미리트 11건, 사우디아라비아 9건, 대만 8건, 일본 7건 등으로 우리나라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15대 중점국의 비중이 전체의 22%를 차지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국들은 식의약품 관련 규제가 대부분이었다. 신의약품은 식품 시험법 재개정, 라벨링과 의료기기 등에 대한 규제가 늘면서 전체 산업 중 TBT가 가장 많이 늘어난 산업군이었다.

화학 세라믹(15.9%)과 전기전자(9%) 분야에서도 많은 기술규제가 통보됐다. 전기전자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가전기기에 대한 에너지 효율 규제가 는 영향이 컸다.

15대 중점국은 아니지만 전체 국가별로 보면 미국(78건)에 이어 르완다(68건·2위) 케나(51건·3위) 등 동아프리카 공동체(EAC) 국가들의 비중이 높았다. 개도국을 중심으로 TBT가 늘어나는 건 자국 신흥 산업과 취약한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는 게 가장 크다.

산업부는 연초부터 무역기술규제가 급증하면서 올해 증가세가 작년보다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학연관의 협력을 강화하고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구축해 적극 대응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