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전세하면 여기부터 찾아요”…석달새 8억 오른 ‘이 단지’
“요즘 전세 보러 온다고 하면 다 원베일리부터 확인하죠. 아무래도 새 아파트이기도 하고 워낙 유명한 단지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전용 59㎡는 14억원에도 거래가 되고, 전용 84㎡는 지금 17억원까지 전셋값이 올랐어요.”(서초구 반포 A공인 대표)

입주 3개월 차를 맞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가 반포 전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규모 입주장이 들어서며 일찍 전세 계약을 맺은 가구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를 9억원에 계약했다.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르며 15억원에도 전세 매물을 구하기 쉽지 않다. 반포에서도 대장 아파트로 평가받는 이 단지는 주변 실수요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재건축을 함께 해왔던 조합원 사이 갈등은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포 새 대장…전셋값 상승 견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달 2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크기 내에서도 평형이 다양해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지난 7월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크기 가구가 9억원에 전세로 계약됐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같은 단지지만, 대단지다 보니 조망과 위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며 “같은 전용 84㎡라도 저렴한 매물을 찾으려고 하면 여전히 찾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의 모습. 삼성물산 제공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의 모습. 삼성물산 제공
전용 59㎡ 역시 같은 단지 내에서 가격 차이가 크다. 원베일리 전용 59㎡는 지난달 6억원에 전세 거래된 가구와 13억5000만원에 거래된 가구가 동시에 나왔다. 가격으로만 따지면 2배가 넘는 차이다. 지난 9월에는 4억원에 전세 계약된 곳도 있었다. 서초 학군을 누릴 수 있는 데다 반포에서도 입주 단지라 단기적으로 전셋값이 조정받는다는 점에 최근 전세 수요자들의 문의는 더 늘었다고 한다.
“반포 전세하면 여기부터 찾아요”…석달새 8억 오른 ‘이 단지’
“반포 전세하면 여기부터 찾아요”…석달새 8억 오른 ‘이 단지’
매매가격 역시 신고되는 대로 신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 9월 39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74㎡는 32억2000만원, 전용 101㎡는 47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전용 84㎡의 경우엔 다른 타입이지만, 43억원에도 손바뀜했다. 최근 나온 매물 역시 전용 84㎡를 기준으로 38억원에서 43억원 사이다. 현장에선 조망에 따라 가격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반포 한강변 재건축 대표 단지

래미안 원베일리는 서초구 신반포아파트 3차·23차와 반포 경남아파트, 반포 우정에쉐르, 경남상가를 함께 재건축한 2990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신반포 3차의 경우 1978년 준공돼 2003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온 반면, 같이 재건축에 묶여 철거된 반포 우정 에쉐르의 경우에는 2005년에 준공돼 14년 만에 철거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8년 이주가 완료된 뒤 반포 내 재건축 대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받았다. 서울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맞붙은 데다가 반포대교와 한강과 맞닿아 한강 변 프리미엄 수혜 단지로 평가받는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의 모습. 삼성물산 제공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의 모습. 삼성물산 제공
2021년에 진행한 분양에선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이 161대 1을 기록했다. 일반분양 물량은 당시 224가구에 불과했는데, 몰려든 청약통장은 3만6116개에 달했다. 업계에선 당시 분양가 상한제에 해당해 분양가가 3.3㎡당 5653만원에 그쳤던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반포 주변 신축 아파트와 비교하면 전용 84㎡ 기준으로 최대 10억원 이상 저렴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비업계에선 무리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주민 간 갈등의 씨앗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당시 시세가 3.3㎡당 1억원을 넘었다. 조합원 이익을 과도하게 줄여 ‘로또 분양’을 만든 탓에 사업성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더 커졌단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으로 인해 기부채납을 늘리고 사업성을 줄였는데, 분양가에까지 과도하게 관여해 주민 이익을 줄여버린 케이스”라며 “결국 향후 발생한 사업성 갈등이 모두 일반분양 수입 감소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하이엔드 기준…조합원 갈등은 숙제

강남권 내 새 단지인 만큼 고급화 설계와 커뮤니티는 단지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른바 ‘호텔급 바캉스’를 염두에 둔 설계가 적용됐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피트니스 센터와 필라테스, GX룸, 스크린 골프장 등이 조성돼 있다. 수영장 역시 25m 길이의 4개 레인과 유아 풀을 갖추고 있다. 호텔 수준의 사우나 시설과 카페, 레스토랑도 조성돼 있다. 한강 변인 101동과 12동, 122동, 123동에는 스카이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주변 단지보다 건폐율(19.89%)이 조금 높지만, 커뮤니티 시설과 입지로 만회했다는 평가다. 안면인식 스마트미러 키오스크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입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펜트하우스는 전용 185㎡ 14가구로 이뤄져 있다. 120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창틀부터 마루까지 내부 마감재는 최고급으로 꾸며졌고, 한강 조망이 최대한 확보되도록 설계됐다. 펜트하우스 조합 보류지가 126억원에 나와 있는 상태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내 스카이브릿지의 모습. 삼성물산 제공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내 스카이브릿지의 모습. 삼성물산 제공
이 단지는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조합원 간 갈등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달 중순 진행된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은 분양계약이 지연된 조합원에 대한 법률적 구제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조합원 다수가 반대하면서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조합은 분양 계약이 늦은 26명의 조합원이 현금청산 처분받지 않도록 해당 안건을 상정했다. 대상자 중에는 부조합장으로 선출됐던 한형기 전 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이 포함됐다.

반대하는 조합원은 이미 법원에서 부조합장 직무가 정지됐던 한 전 조합장만을 위한 안건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에선 다른 20여 명 조합원과의 소송을 사전에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조합은 입주 이전부터 조합장이 소송전에 연이어 해임되는 등 갈등을 겪었다. 소송이 계속되고 있어 조합 해산과 청산 절차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청산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 경우에는 과거 송파구 헬리오시티처럼 잘못된 오명을 얻게 될 수도 있다"며 "일반분양자와 도중에 매입해 온 집주인에겐 큰 영향이 없지만, 하자보수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