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된 라이브를 옮긴 글입니다.
▶전형진 기자
노후를 책임지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던 지식산업센터가 부동산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의 공급과잉에 경기침체까지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삽도 못 뜬 곳만 300곳이 넘습니다.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각광을 받았습니다. 쪼개진 각 사무실 자리를 분양받아 임대를 놓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와 같은 맥락이죠. 이렇게 인기가 많으니 자연히 공급도 늘어났습니다.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지난달 기준 773곳으로 집계됐습니다. 3년 전과 비교해도 그새 100곳 이상 늘었고, 10여년 전인 2010년(481곳) 대비 300곳가량 늘어난 수준이죠. 그런데 최근엔 지식산업센터의 건물 규모가 대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실제 공급량은 곱절 이상 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고 중도에 매각할 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매수인은 하락한 임대료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하고 이에 맞춘 매수가격을 상정하게 됩니다. 공급증가나 금리인상으로 인한 임대료와 수익률 하락은 결국 매매가격 하락으로 연동되는 것이죠.
당연히 거래시장이 얼어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식산업센터 거래규모는 2020년 1조1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700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얹은 급매도 속출하고 있다는 게 화면에 보여드리고 있는 기사의 내용입니다.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한 달 안에 계약금을 치른 뒤 중도금대출을 끌어와 중도금을 내고, 이를 다시 잔금대출(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게 되죠. 개발사업 또한 땅을 계약하면 브리지론을 끌어와 중도금을 내고, 다시 본PF를 일으켜 브리지론 잔금을 내면서 사업비용을 충당해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미 지어둔 지식산업센터도 안 팔리는 와중에 신규 사업에 돈을 대겠다는 은행들이 있을까요. 앞서 언급한 300여곳의 미착공 부지는 본PF 전환이 어두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PF 대주단을 구성할 때 후순위로 들어올 업체에 연 25%의 금리를 제안해도 나서는 곳이 없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다시 부동산 개발사업의 절차로 돌아가보죠. 본PF 전환이 안 된다면 여전히 브리지론 상태에 머무르게 됩니다. 사업 초기단계 대출이란 특성상 만기가 6개월~1년 정도로 짧은데요. 대출을 연장할 때의 금리변동 주기 또한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선 다른 대출을 끌어와 브리지론의 이자를 막아야 하는 셈이죠. 이를 막지 못한다면 땅을 공매로 넘겨 대출을 갚아야 합니다. 사업이 망하는 것입니다.
신도시를 만들고 때 토지이용계획도에 파란색으로 표시하는 땅은 자족용지라는 의미입니다. 기업들이 입주할 자리라는 얘기죠. 판교신도시 테크노밸리가 성공적인 자족용지 개발 사례입니다. 3기신도시도 판교 같은 자족도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대장신도시처럼 대기업 연구개발(R&D) 센터 입주가 확정된 곳도 있죠. 문제는 대부분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사실 많은 자족용지는 지식산업센터로 개발됩니다. 택지를 조성할수록 지식산업센터의 공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죠.
물론 모든 지식산업센터의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급과잉의 부작용이 이제서야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분이라면 지금의 상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조희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