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1단지, 35층→49층 무산…'초고층 바람' 꺾이나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49층으로 올리려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조감도) 조합의 재건축 방안이 총회에서 부결됐다. 다수의 조합원이 이미 이주까지 마쳐 초고층 건립보다 빠른 재건축 사업 추진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 층수를 49~70층까지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인 여의도 시범, 서초구 신반포2차,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용산구 한강맨션 등 한강변 주요 재건축 단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 총회에서 ‘35층 층수 제한 폐지에 따른 49층 설계변경안’이 찬성 634표 대 반대 1297표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합은 기존 35층 5002가구 설계안대로 착공해 2027년 11월 준공할 예정이다. 총회에서는 또 ‘서울시 최초의 대형 아파트단지’라는 이유로 ‘한 동 남기기’ 차원에서 유지됐던 108동은 철거하기로 했다. 2017년 시공(현대건설) 계약 당시 2조6400억원이던 공사비를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은 가결됐다.

반포주공1단지 조합은 이번에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높이고, 동 수는 50개에서 43개로 줄이는 설계안을 마련했다. 한강 조망 가구와 남향 가구를 늘리고 도시경관과 통경축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층수 상향 조정에 따른 공사비 증가분은 약 1500억원, 인허가 비용은 약 300억원으로 반영됐다.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조합은 이번 설계 변경으로 준공까지 7개월가량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반포주공1단지의 초고층 반대 결정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존 정비계획이 있더라도 설계를 변경해 ‘초고층 랜드마크 단지’를 조성하려는 단지가 늘고 있어서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을 통해 최고 층수를 65층까지 올린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압구정 2·3·4·5구역도 신속통합기획안에서 최고 층수를 50층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안받았다. 신속통합기획 추진을 위해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는 잠실주공5단지는 기존 최고 50층인 기존 정비계획안을 최고 70층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포주공1단지는 이미 이주까지 마친 게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단지는 내년 3월 착공을 목표로 철거가 한창이다. 주변 지역에서 전세 등으로 거주 중인 평균 70대 이상 조합원들이 빠른 공사 진행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이주비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공사비 인상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가 다투는 건설 현장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빨리 착공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