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분당·일산 집값 상승폭 3배 뛰었는데…조심스러운 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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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R114 "1기 신도시 매매 변동률 급변"
대선 전·후 가격 상승 폭 3배 넘게 뛰어
안철수 "새 정부서 특별법 통과하면 실행"
"29만 가구 이주…철저한 준비 필요" 지적도
대선 전·후 가격 상승 폭 3배 넘게 뛰어
안철수 "새 정부서 특별법 통과하면 실행"
"29만 가구 이주…철저한 준비 필요" 지적도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사흘 연속 입장을 발표하는 가운데, 대선 이후 1기 신도시가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집값 자극의 도화선이 된 1기 신도시에 대한 인수위의 접근 방식은 한층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는 20대 대통령 선거 전·후로 아파트 매매 변동률이 전국에서 가장 급격히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는 1기 신도시가 올해 대선 전까지 약 2개월 동안 0.07%의 미미한 상승 폭을 기록했지만, 대선 이후 2개월 동안 0.26% 오르며 상승 폭이 3.7배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주요 권역에서 대선 전·후로 아파트 가격 변화가 두드러진 지역은 1기 신도시가 유일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시장의 이목이 쏠린 용산구도 대선 전·후 변동률이 1.15%에서 0.39%로 둔화했다. 권역별로 살펴봐도 △서울(0.25%→0.08%) △경기(0.06%→0.03%) △수도권(0.15%→0.05%) 지역들은 대선 전·후 상승 폭이 되려 둔화했고 △2기 신도시(-0.25%→-0.23%) △인천(-0.16%→-0.19%) 등은 약세를 이어갔다.
1기 신도시 가운데 대선 이후 집값이 가장 많이 뛴 곳은 고양 일산신도시(0.52%)다. 다음으로 △중동(0.29%) △분당(0.26%) △산본(0.14%) △평촌(0.12%) 순이었다. 가구당 평균 가격은 △분당(12억5000만원) △평촌(8억7000만원) △일산(6억8000만원) △산본(5억7000만원) △중동(5억60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대감에 상승 폭 3.7배↑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기 신도시 집값 상승에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부동산 공약인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에 따른 용적률 상향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자금이 부족한 수요층들이 1기 신도시 가운데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곳에 유입됐다"고 분석했다.유독 1기 신도시 집값이 들썩이자 인수위도 재정비 사업에 대해 한층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용적률 상향과 안전진단 간소화다. 가구 수가 늘어나면 교통 문제 등이 발생하기에 이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지난 25일부터 3일 연속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입장을 내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빠른 재정비는 불가하다는 의미로 읽히는 입장에 시장의 반발이 이어지자 다음날 심교언 부동산 TF 팀장이 "대규모 이주에 따른 임대차 시장 혼란 등을 막기 위한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추가 설명에 나섰다.
1989년 개발계획 발표 후 1997년까지 조성된 1기 신도시는 432개 단지 29만 가구 규모다. 약 29만 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를 동시에 재정비할 경우 시장의 혼란이 예상되기에 3기 신도시 이주 전용 단지 확보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용적률 상향에 따른 가구 수 증가에 맞춰 도시 인프라 개선 계획까지 마련된 뒤 본격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중장기 과제", "차질 없이 추진" 조심스러운 인수위
업계에서는 1기 신도시 재정비에 적지 않은 사전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9만 가구의 동시 이주와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조성 당시에도 대규모 공사로 인해 자재 조달이 어려워져 일부 단지에 염분이 섞인 바닷모래를 쓰는 사건이 벌어졌다"며 "공약대로 종 상향 등을 통해 용적률을 500%로 높이면 40만~50만 가구 규모가 되는데, 이만한 공사가 한 번에 진행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또다른 관계자도 "1기 신도시 인구가 동시에 이주할 곳도 없거니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전·월세 대란이 촉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재정비 사업을 기다리지 못해 단지별 재건축이 활성화되는 것도 곤란하다. 도로와 상하수도 등 도시의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구만 늘어날 경우 생길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도 이러한 고민이 녹아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는 '이주 전용 단지'가 포함됐는데 3기 신도시 등에 1기 신도시 이주 수요에 대응할 전용 단지를 만들어 건물의 노후도 등에 따라 구획 별로 순차적인 이주와 재건축을 하고, 이후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재건축을 일정 구획 단위로 추진해 도시별 상황에 따른 토지용도변경과 종 상향을 추진하고 인프라 개선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 깔렸다.
다만 체계적이고 순차적인 재정비를 위해 준비 단계에 드는 시간을 제외하면 사업 실행 속도 자체는 빠를 것이라는 게 인수위의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평균 13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는데, 특별법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비사업 절차를 축소하면 사업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심 부동산 TF 팀장은 "일반적 정비 사업은 상당히 장기간이 소요되지만, 1기 신도시는 특별법 등으로 소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