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안내문이 붙은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물 안내문이 붙은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도봉구에서 매물이 급격히 늘었다 줄기를 반복하고 있다. 도봉구 일대에 재건축 훈풍이 불면서 집주인들이 시장상황을 가늠하고 있어서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의 매물은 최근 사흘 동안 100건가량 줄었다 늘기를 반복했다. 지난달 9일 대선 당시 1732건이던 도봉구 매물은 한 달 뒤인 지난 9일 1871건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틀 뒤인 11일에는 1767건으로 104건이 급감했고 이날은 하루 만에 59건이 다시 증가해 1826건이 됐다.

현장에서는 도봉구 아파트들이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재건축이 속도를 내자 집주인들이 매도와 보유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영향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이 예정된 노후 아파트를 당장 매도해서 얻을 이익과 지속 보유해서 얻을 이익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후 아파트 모인 도봉구…재건축 기대감↑

도봉구 쌍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토요일에 매물을 잠시 내려달라는 집주인들의 전화를 여러 건 받았다"며 "재건축 덕분에 집값이 오르면서 집주인들이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이 가시화되면 집값이 더 오르지 않겠느냐 거나 보유할 경우 내야 할 보유세, 매도할 경우 내야 할 양도세 등에 대한 문의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창동의 공인중개사도 "이 지역 주공아파트가 모두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다음 정부가 부담금을 줄여 재건축을 활성화한다고 하니 전반적으로 기대가 높다"며 "가격이 오르니 매물을 내놨다가 이틀 만에 더 오를 것 같다며 거두고, 이틀 뒤 양도세와 보유세를 감안하면 지금 내놓는 게 좋겠다며 다시 내놓은 집주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도봉구는 재건축 안전진단에 나서는 단지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창동의 경우 최근 '창동 주공4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창동의 주공아파트 7개 단지(1~4단지, 17~19단지)가 모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총가구 수도 1만778가구에 달한다. 쌍문동에서도 '한양 2·3·4차(1635가구)'가 지난달 말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 궤도에 올랐다.
서울 북서울 꿈에서 바라본 도봉구와 노원구 아파트. 사진=뉴스1
서울 북서울 꿈에서 바라본 도봉구와 노원구 아파트. 사진=뉴스1
차기 정부에서 정밀안전진단 기준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개선 등 재건축 활성화에 나선 가운데 강북권 재건축 단지가 먼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공약에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자극을 우려한 차기 정부가 강북권 재건축에 우선으로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강남에선 신고가가 나오고 있고, 서울 각지에서 대대적인 재건축이 이뤄지면 시장이 과열되지 않겠느냐"며 "그렇다고 재건축 자체를 막을 수도 없으니 상대적으로 시장 영향이 적고 가격이 안정된 강북에서 재건축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주택자, 갖고 있자니 보유세·팔자니 양도세 고민

일반적으로 재건축 절차가 진행될수록 아파트값은 상승 곡선을 그리지만, 다주택자들은 보유와 매도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당장 오는 6월 1일 전까지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도봉구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66% 상승했다. 서울(14.22%)에서 20% 이상 오른 지역은 도봉구와 노원구(20.17%) 뿐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이와 연동한 보유세, 건강보험료 등도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금 폭탄' 우려에 세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적용된다. 정부는 "다주택자도 올해 6월 1일 전까지 주택을 매각해 1가구 1주택자가 되면 지난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가 된다"면서 '집 팔라'는 압박을 더했다.

그렇다고 집을 팔기도 쉽진 않다. 현행 소득세법은 2주택자에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를, 3주택자에는 30%포인트를 중과한다.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집을 팔 경우 양도 차익의 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인데, 지방세를 포함하면 세금은 82.5%까지 올라간다.

그나마 차기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를 약속하면서 퇴로를 열어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 개정에 착수해 5월 11일부터 (양도세 중과 유예를) 소급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중과세율이 아닌 최고 45%의 기본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5월 11일부터 31일 사이에 매도를 마치면 수억원 상당의 양도세 부담을 덜어내고 보유세 폭탄도 피할 수 있다"며 "재건축 주택을 계속 보유할 경우 예상되는 기대수익과 매도해 얻을 이익을 두고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