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63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뉴스1
서울 여의도 63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뉴스1
서울 임대차시장에 전세난 불안이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전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초구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동작구 등 인근 지역까지 확산하는 중이다. 서울의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여당발(發) 민간임대사업 제도 폐지 논의까지 여파를 미치면서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부동산에 따르면 6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0.11% 올랐다. 전주(0.08%)보다 오름폭이 커져 0.1%대를 넘어섰다. 봄 이사철이 겹치면서 심각한 전세난을 겪었던 올 초(0.10~0.13%)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반포 1·2·4 주구, 노량진 뉴타운 6구역 이주 등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가격 상승하며 지난주 대비 상승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전셋값은 상승률이 가팔라지고 있다. 이번주 0.23% 급등했다. 강남4구 전세가격은 4월 둘째주 0.01% 내려 하락 조짐을 보이기도 했지만 4월 셋째주 보합으로 전환한 후 5월 이후부터는 꾸준히 상승 흐름을 타는 중이다. 특히 5월 마지막주(0.10%) 오름폭이 커지며 6월 첫째주 0.17%, 둘째주 0.23% 뛰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이주를 앞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단지 내부에 조합원 이주개시(6월 1일~11월 30일) 안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이주를 앞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단지 내부에 조합원 이주개시(6월 1일~11월 30일) 안내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뉴스1
이달부터 재건축을 진행중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2120가구의 이주가 시작돼서다. 서초구는 지난주 0.39%에서 이번주 0.56%로 상승폭이 크게 확대되며 6년여만에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2015년 3월 셋째주(0.66%)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수치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부터 신반포18차(182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 등이 이주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이주 예정인 신반포 18·21차 등을 포함하면 서초구 내 이주 수요만 5000여 가구에 달한다.

특히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생활 여건이 비슷한 인근 지역의 전셋집을 구하려는 주택 수요가 늘면서 강남 일대 전세난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강남구는 0.10% 상승했으며 송파구도 0.15%, 강동구는 0.14%를 기록하며 덩달아 오름폭을 키우는 분위기다.

강남권에선 전세가격 최고가 경신도 이어지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98.2㎡는 지난달 34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앞서 같은 달 초 30억원에 거래된 후 보름도 안 돼 4억원이 오른 것이다. ‘반포자이’ 전용 84㎡ 또한 지난달 20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를 뛰어넘었다.

동작구 노량진6구역까지 이주에 들어가면서 동작구(0.20%) 전셋값도 크게 올랐다. 동작구에선 10억원이 넘는 전세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흑석동 ‘한강센트레빌1차’ 전용 114㎡는 5월 14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올 1월의 직전 거래(8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강북 지역에서도 새 아파트나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전셋값이 오르는 양상이다. 강북구(0.13%)는 미아동 신축 위주로, 노원구(0.10%)는 월계·상계동 대단지 위주로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 중랑구(0.09%)는 묵·중화동 위주로, 성동구(0.08%)는 주거환경 양호한 하왕십리·옥수동 신축 대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경기도에서도 전셋값이 상승세를 타는 상황이다. 이번주 0.18%로 전주(0.17%)보다 상승했다. 시흥시(0.54%)는 정주여건 양호한 정왕동 위주로 전셋값이 뛰었고, 동두천시(0.43%)는 지행·생연동 역세권 위주로 올랐다. 인천(0.35%)도 전주(0.36%) 보단 줄었지만 여전히 상승률이 높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업소에 게시된 매매 안내.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업소에 게시된 매매 안내. /연합뉴스
매맷값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값 이번주 0.12% 상승하면서 지난주(0.11%)보다 가팔라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오세훈 서울 시장이 임기를 시작한 후 오름폭을 키우는 추세다. 정비사업 기대감이 커져서다. 1년 6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상계동이 있는 노원구 집값이 강세를 이어가며 이번주도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상승했다. 상승률은 무려 0.25%에 달한다. 강남지역에서도 서초구(0.19%), 송파구(0.16%), 강남구(0.15%) 등 재건축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값이 뛰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면서 수도권도 매매시장도 함께 상승하는 분위기다. 이번주 인천 아파트값은 0.49%를 기록하며 지난주(0.46%)보다 오름폭이 커졌으며 경기지역도 0.39%에서 0.43%로 뛰는 등 매매시장 불안이 심각성을 띄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