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공급부족이라는 부작용 초래"
정부가 지난 12일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올봄부터 서울 강남 재건축 급매물을 중심으로 빠르게 소진되고 가격도 회복하자 이를 정조준한 것이다. 한·일 경제전쟁이라는 상황을 고려해 발표를 다소 미룰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예정대로 발표했다. ‘규제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시장에 내비친 셈이다.

이번에 발표된 분양가 상한제의 세부적인 내용을 정리해보면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한정했다. 둘째는 후분양을 통한 고분양가 산정을 막기 위한 상한제 적용 범위 확대다. 셋째는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막기 위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확대와 거주 의무기간 도입 등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승이 기존 주택으로 수요를 이동시키면서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다시 분양가 상승을 견인한다고 보고 있다. 선호도 높은 신축 아파트를 공급할 때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게 공급하면 전반적인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이번 발표 자료에서도 정부가 설명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 취지는 이렇다.

하지만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값싸고 질 좋은 아파트가 충분히 공급되면서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까. 과거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던 당시를 살펴보면 싼 가격에 아파트가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 부족이라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7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이후 서울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급감했다. 2010년부터 인허가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민간의 인허가 물량이 아니라 공공 분야에서 공급한 보금자리주택 등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볼 때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해도 싼값의 아파트가 충분히 공급되기는 어렵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광명, 성남 분당, 하남, 대구 수성, 세종 등 전국 31곳이다. 서울 도심권은 더욱더 공급이 쉽지 않다. 새로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신축으로 아파트를 공급할 방법은 재개발과 재건축뿐이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로 이뤄진 조합원이 사업을 진행한다. 민간이 주도하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보다는 조합원 이익이 중요시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낮게 공급하라고 한다면 공급이 잘될 수 있을까. 이 같은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는 단기적 가격 안정을 가져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민간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그동안 보유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강화, 대출 규제, 재건축 규제 등 강도 높은 규제로 주택시장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지난 2년 동안 서울 도심권의 주택 가격은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도 점점 멀어져 버린 게 현실이다.

주택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가 있는 지역에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수요가 많은 지역에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큰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경험했듯 부작용은 내 집 마련이 목적인 서민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