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부지 처인구 일대, 땅값 폭등
동천지구·공세동 네이버 부지, 개발 요원한 상태
최근 용인시는 기흥구 보정동과 마북동 일대 270만㎡에 1만1000여 가구의 주택과 산업단지, 상업·문화가 복합된 일명 '플랫폼시티'를 2025년까지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청, 경기도시공사, 용인도시공사 등과 '경기용인 플랫폼시티 조성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용인시는 정부와 협력해 국내외 기업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처인구 원삼면 일대 약 448만 m² 부지에 향후 10년간 120조 원을 투입해 제조공장을 설립한다. 국내외 협력업체 50여 개도 입주할 예정이어서 약 1만7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기업 유치 바람을 타고 처인구의 땅값은 급등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처인구는 올 1분기에 땅값이 1.85% 올라 전국에서 상승폭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집 값도 꿈틀대고 있다. 지난해 6월 입주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6800가구)는 분양가 이상으로 웃돈이 붙었다. 이 단지는 대규모로 준공되면서 매맷가가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고, 전셋값이 1억원 미만이기도 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가까운 새 아파트로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들어 2000만~4000만원 가량 호가가 올랐다. 평균 분양가가 2억7700만원이었던 전용 84㎡의 경우 최근 3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처럼 용인시는 기업들의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개발이 요원한 상태다. 이미 사놓은 땅의 개발이 늦어지면서 사업이 표류 위기에 있기도 하고, 기업들의 유치가 안돼 말썽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네이버다. 용인시는 2017년 네이버에 공세동 일대의 부지를 매각하고, 기존 노인복지주택사업 취소 처분까지 내렸다. 네이버는 14만9633㎡(약 4만평)의 부지에 '클라우드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며 540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주민들과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공세동 대주피오레 2단지(1290가구)중 일부 주민들이 포함된 대책위원회는 냉각수와 고압선로 지중화, 디젤 발전기 시험 가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미래전파공학연구소의 조사결과까지 제출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한 상태다. 자료에 따르면 공세동의 전자파는 일반 도시 지역 수준의 수치를 나타냈고, 증폭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고압선 지적에 대해서도 지중화로 인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냉각수도 정상 수돗물이 증발돼 발생되는 수증기로 인근 대기질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 클라우드 관계자는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첨단산업단지 건립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라며 "이미 건립된 춘천과 마찬가지로 용인 센터도 이용자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도서관 같은 곳으로 조성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미 강원도 춘천 구봉산에 데이터센터 '각'을 운영하고 있다. 각은 지역의 관광명소로 떠오르면서 주변에 카페 거리가 자발적으로 형성됐다. '각'의 첨단산업단지 신청 때도 일부 지역주민들이 여러 우려를 표시했지만, 오히려 공시지가가 50배 이상 오를 정도로 춘천에서 주목받는 지역이 됐다. 용인도시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동천 역세권(동천지구) 도시개발사업도 하염없이 사업기간이 늘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수지구 동천동 일대 28만7000㎡ 규모의 유통업무단지를 도시첨단산업용지 및 상업복합단지로 바꾸는 사업이다. 1990년대 창고시설(유통업무)로 조성됐던 부지를 개발키로 결정한 게 2016년이었다. 그러나 개발방식을 두고 갈등이 커지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개발이 결정되면서 몇 년 전부터 떠난 기업들의 자리에는 모델하우스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현재는 이렇게 건립된 모델하우스만도 10여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천지구 일대는 신분당선 동천역과 경부고속도로가 바로 인접했고, 주변에 도시개발사업들까지 이어지면서 기대를 모았던 곳이었다"라며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파트 분양도 많았지만, 인근에 플랫폼시티 개발까지 발표되서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