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경DB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경DB
실거래가격이 4억원 이상 급락하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작년 최고가 대비 4억5000만원 급락했다. 입주 중인 개포 래미안 루체하임 실거래가도 최고점 대비 4억원 하락했다. 서울 집값을 선도하는 강남권 아파트가 급락함에 따라 집값 조정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건축 대표 ‘은마’ 4억5000만원 하락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 물건은 지난달 14억원(1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이 주택형의 최고 거래가격(18억5000만원)에 비해 4억5000만원 떨어졌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인기가 가장 없는 1층 코너 매물”이라며 “집주인이 사정이 급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은 급매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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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도 이 주택형은 3억원가량 떨어진 15억68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어 이달 20일 15억6000만원에 실거래된 물건도 등장했다. 현재 매매호가는 15억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면서 인근 다른 재건축 단지들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큰 편이다. 은마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49층 초고층 재건축 계획을 추진하다가 2017년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미심의’ 판정을 받은 후 지난해 8월까지 총 다섯 번의 퇴짜를 맞았다.

다른 강남 아파트들도 올해 들어 대부분 1억~2억원가량 조정을 받았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전용 96㎡는 이달 지난해보다 2억원 이상 떨어진 17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송파구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해 10월 19억원에서 이달 16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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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개포 래미안 루체하임’도 4억원 하락

지난달 14일 입주 지정기간이 끝난 강남구 일원동 ‘개포 래미안 루체하임’(850가구)도 올 들어 2억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단지는 개포택지개발지구 재건축(옛 일원 현대)의 첫 입주 아파트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 후 입주 지정기간(2019년 1월)이 한 달 가량 지난 현재 입주율이 70%대에 머무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개포 래미안 루체하임 전용 84㎡ 입주권이 이달 중순 16억190만원(4층)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8월 20억2500만원에 거래됐던 주택형이다. 올해 들어 호가가 18~20억원대로 떨어졌지만 16억원대 거래는 처음이다. 현재 전용 59㎡의 매매 호가가 15억~16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일원동 K공인 관계자는 “세입자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유동성이 부족해진 집주인이 싸게 매물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현재 개포 래미안 루체하임 전용 84㎡의 전세가격은 8억~9억원대로 매매 호가의 5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주변에 새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전세 물량이 수요에 비해 확 늘어나 있다.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1957가구)가 곧 입주를 시작하고 ‘디에이치 아너힐즈’(1320가구)도 상반기 중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 동남권에서 2만 가구 넘게 입주할 예정이어서 세입자나 대출해줄 은행을 구하지 못한 집주인의 급매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매수 희망자로 인한 거래 절벽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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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월 아파트 거래량 ‘역대 최저’

호가가 급락했지만 매수세자 움직이지 않으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 수준이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이달 1일부터 지난 26일까지 1319건으로, 일평균 52.8건이다. 이 추세가 이달 말(28일)까지 이어지면 신고 건수는 총 1500건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처음 실거래가를 조사한 2006년 이후 2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동안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2013년 2월(3135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2월 거래량(1만1111건)에 비해서는 87%가량 줄었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인상이 진행되면서 ‘거래절벽’이 심해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아파트는 지난해 9월 한 달간 1만2233건이 거래된 이후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작년 11월 3539건, 12월 2292건, 올 1월에는 1874건으로 줄었다. 2월에는 설 연휴까지 겹쳐 1월보다 거래량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자치구별로 종로구와 중구는 지난 25일까지 신고 건수가 17건, 18건에 그쳤다. 용산구와 광진구는 각각 22건으로 하루 신고 건수가 1건도 채 안 된다. 강남구는 59건(작년 2월 767건), 서초구는 40건(534건), 송파구는 70건(878건)으로 지난해 2월 거래량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다만 노원구 거래량은 127건으로, 서울 전체 25개 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하지만 작년 2월(937건) 거래량에 비해서는 감소한 수치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