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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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과천시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중순 대비 1억 이상 오르면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분양 당첨을 노리는 무주택자들이 대거 몰려서다. 과천시에는 새 아파트 공급이 풍부하다. 청약 통장 1순위자도 많지 않다. 지금이라도 이사해 1년 이상 거주하면 시세보다 2억원 안팎 싸게 분양권을 살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나홀로 전셋값 1억 상승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과천시 별양동 ‘래미안슈르(343~348동)’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8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해 7월 전세보증금 6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반년 새 1억2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인접한 ‘래미안슈르 3단지(301~342동)’ 전용 59㎡도 지난달 6억6000만원에거래되면서 7월 최고가(6억원) 대비 6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전셋값 오름세는 건축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과천시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1984년 입주한 중앙동 ‘과천주공10단지’ 전용 105㎡는 지난달 7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작년 8~9월 6억원에 거래된 평형이다. 한 해 앞서 입주한 별양동 ‘과천주공4단지’ 전용 60㎡ 역시 4억4000만원에 전세 거래되면서 작년 7월 대비 7000만원 정도 올랐다.
나홀로 전셋값 질주…과천에 무슨 일이?
과천시 전셋값은 최근 서울·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과천시 전셋값은 전월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뒤를 이은 부천(0.23%포인트) 남양주(0.10%포인트)에 비해 상승폭이 월등히 크다. 같은 기간 경기도 전체의 전셋값 변동률은 -0.09%포인트를 나타냈다.

◆청약 당첨 위한 수요 몰려

과천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월세 수요가 대거 몰린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과천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는 당해지역 1순위 청약에 지원할 수 있다. 과천동 S공인 관계자는 “과천시 기존 거주자 중에는 무주택 조건을 갖춘 사람이 거의 없다”며 “실거주를 못하는 사람이 웃돈을 주면서 위장전입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과천시에는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다. 자족용지와 택지를 함께 공급하는 과천지식정보타운에는 2021년까지 8300여 가구가 들어선다. 당장 올해에만 과천주공6단지를 재건축한 프레스티자이(2099가구) 등 5744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과천시 과천동, 주암동, 막계동 일대에는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에 따라 155만㎡에 7000가구가 더 들어선다.
사진=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계획에 따라 7000여 가구가 새로 들어서는 과천시 과천동 일대. 한경 DB
사진=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계획에 따라 7000여 가구가 새로 들어서는 과천시 과천동 일대. 한경 DB
과천의 전월세 거래량은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내놓은 지난해 9월 이후 눈에 띄게 늘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과천의 전월세 거래건수는 399건이다. 전년 같은 기간(350건)보다 14%가량 증가했다. 과천주공1단지(1044가구) 과천주공7-1단지(722가구) 등 재건축 이주 수요로 2016년 대폭 증가했다가 2017년 들어 줄었던 거래건수가 지난해 들어 다시 증가했다.

◆“판교급 부상”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공급에 힘입어 과천이 판교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대규모 택지 예정지가 서울 서초구와 인접해 출퇴근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개발 가능 면적의 절반가량인 37만2000㎡를 첨단지식산업센터, 의료·바이오타운 등이 들어서는 자족용지로 구성하는 까닭이다.
나홀로 전셋값 질주…과천에 무슨 일이?
과천시 전체 면적의 약 90%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주거 환경도 쾌적한 편이다. 교통망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개발 계획이 가시화됐다. GTX-C는 경기 양주시에 있는 덕정역과 수원역을 잇는 노선으로 정부과천청사역에 정차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과천~우면산간 도로 지하화, 과천대로~허릉로 연결도로 신설 등이 예정돼 있다. 과천시 관계자는 “신도시가 계획대로 조성된다면 상습 정체구간이었던 사당역 일대와 양재 쪽에 몰린 통행량을 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