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가 횡보하는 데 매매가만 줄곧 상승하는 경우
부동산시장 상승기엔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오른다. 전셋값은 실사용 가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전셋값은 그대로인데 매맷값만 오른다. 공급이 충족됐는데도 불구하고 실수요자 외에 가수요자까지 동참해 매매가격이 적정가격 이상으로 오르는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낙관주의가 팽배한다. 개미투자자들은 집값이 영원히 오를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이때가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다. 이렇듯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움직임만으로도 거품을 확인할 수 있다.

대형평형 주상복합 나홀로아파트는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가장 늦게 오른다는 점이다. 인기 있는 주택들이 먼저 급등하고 나면 비인기 주택유형도 뒤늦게 ‘키 맞추기’에 나선다. 그럼에도 상승률은 역세권 중소형아파트 등 인기 주택 유형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만약 주변의 대형평형 주상복합 나홀로아파트까지 많이 올랐다면 고점일 확률이 높다.
◆오랜 기간 올랐다면 의심하자
너무 긴 기간 올랐다면 조정이나 쉬어가는 시간이 나타날 소지가 크다. 과거 지방은 2~4년, 수도권은 4~6년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부동산은 달리는 기차와 같다. 한번 오르면 꾸준히 오른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서 단기간에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까닭이다. 집을 사기 전 너무 오랫동안 오른 건 아닌지 점검하는 게 좋다. 다만 기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승률이다.

부동산은 한없이 상승할 수 없다. 상승하더라도 4년 이내 최저가격 대비 100% 오르면 보합기를 맞이하는 게 보통이다. 상승의 정도는 시점에 따라 다르다. 다만 보수적으로 보는 게 좋다. 상승률이 50%를 넘으면 매수보다는 매도 쪽으로 방향을 잡거나 신규 매수를 하지 않는 게 좋다. 때에 따라 더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50%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자신의 투자실력과 경험 성향에 맞는 기준을 만들고, 상황에 맞게 수정해 나가면 된다.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을 살펴라
PIR(price to income ratio)이란 주택가격이 가구의 연간 소득 대비 몇 배인가를 보여주는 지수다. 연간 소득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모으면 몇 년 후 집을 살 수 있는지 대략 가늠할 수 있다. 문제는 PIR가 발표기관마다 들쭉날쭉하단 점이다. 부동산 가격을 평균값으로 잡는지, 중윗값으로 잡는지에 따라 다르다. 연봉도 중윗값이냐 단순 가구소득이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따라서 한 기관이 발표하는 PIR을 놓고 과거와 현재의 PIR을 비교하는 게 좋다. 과거 평균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거꾸로 지나치게 낮으면 저평가 상태다.
◆미분양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한동안 공급이 없던 곳에 새 아파트가 분양되면 처음에는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러다가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하면서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 한동안 분양권의 온기가 전 지역을 감싸기 시작하면 토지를 매입해둔 건설사들이 앞다퉈 분양을 시작한다. 사야 할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을 하고 나면 추가 수요가 부족한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또다시 과잉 공급이 일어나면 미분양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입지가 안 좋은 곳에 발생하는 미분양은 흔한 일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입지가 좋은 곳임에도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수요 대비 공급이 많고 수요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단순히 고분양가라서 분양이 안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가격이 다시 오르려면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한다.

미분양이 발생하기 전에 청약 경쟁률로 미리 감지해볼 수 있다. 입지가 좋은 곳은 어지간하면 미분양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입지가 좋은 곳의 청약 신청자가 적다면, 입지가 안 좋은 곳은 미분양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입지가 좋은 곳은 미분양 여부만이 아니라 경쟁률이 얼마나 높은가를 꼭 확인하자.
◆성수기임에도 구축 아파트의 거래가 뜸해진다
평소 거래가 꾸준하던 구축 아파트가 성수기(10~2월)임에도 거래가 잘 안 되고 매물이 쌓여간다면 수요가 매우 부족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세대수가 많은 단지는 전세에서 매매로, 20평대에서 30평대로 이사 하는 수요가 늘 있다. 이마저 없다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는 것이다. 오랜 기간 거래가 안 되면 가격을 내려서라도 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부동산 중개소에 있는 매물들이 언제 나온 것인지, 최근에 가격을 낮췄음에도 안 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자.

기존에 나온 전세물건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전세 매물이 쌓여간다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상황은 주위에 공급이 많지 않은데도 전세 매물이 쌓일 때다. 다만 새 아파트 입주의 영향을 받아 근처 아파트 전셋값만 일시적으로 하락한다면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됐다고 볼 수 없다. 생활권역별 전셋값 동향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예정된 공급이 많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분양을 하면 2~3년 뒤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세대수가 확정된다. 예정된 입주 물량이 많으면 집값이 조정을 거칠 확률이 아주 높다.
1차적으로 전셋값이 떨어지는 데 이어 2차적으로 집값도 영향을 받는다. 위에서 언급한 10개 신호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면 부동산시장이 고점 신호 또는 하락신호를 주고 있는 것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