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잠실·강동 등 강남 곳곳서 지각변동
세대교체는 강남 전역에서 활발하다. 잠원동에선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아크로리버뷰’가 신흥 대장 아파트로 올라서는 중이다. 신반포5차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한강변에 다섯 개 동이 일자로 늘어선 게 인상적인 아파트다.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24억~27억원을 호가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10억원 정도 올랐다. 지난 연말 20억원에 실거래된 뒤로 호가가 5억원 정도 더 올랐다. 중·고층에서 한강을 세 방향으로 볼 수 있는 주택형은 최근 27억원까지 호가한다.
그동안 잠원동에선 설악아파트를 재건축한 ‘잠원롯데캐슬갤럭시’가 대장격이었다. 2002년 입주해 연식이 제법 오래된 편이지만 주변에 다른 새 아파트가 없는 데다 한강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하지만 잠원동에서 2기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가격이나 선호도면에서 크게 밀렸다.
공교롭게도 두 아파트는 2000년대 초반 반포저밀도지구 개발 때 사업 속도를 놓고 경쟁했던 곳이다. 당시엔 반포주공2단지(現 래미안퍼스티지)가 먼저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면서 1기 재건축에 합류했다. 2009년 입주한 이후엔 반포를 넘어 강남 아파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소형~대형 면적이 고르게 배치된 아파트 가운데 가격이 가장 높았던 까닭에 강남 집값의 척도로 평가됐다. 15년 이상 부동산 시장에 참여한 한 투자자는 “래미안퍼스티지의 시세가 꺾이면 잠실과 판교 등 강남 대체지 아파트가격도 내려가는 게 부동산 시장의 공식 아닌 공식이었다”고 말했다..
◆도곡·잠실·강동…강남 곳곳서 지각변동
도곡·대치동에서도 왕좌가 바뀌었다. 2015년 입주한 ‘래미안대치팰리스’는 ‘도곡렉슬’을 밀어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 1월 22억5000만원에 팔려 지역에서 처음으로 20억원 선을 넘겼다. 줄곧 일대 대장 노릇을 하던 도곡렉슬의 같은 주택형이 한 번도 넘지 못한 가격이다.
두 아파트는 10년 가까운 시차를 두고 입주했다. 먼저 들어선 도곡렉슬은 도곡주공1차를 재건축해 2006년 준공됐다. 청담·도곡저밀도지구 저층 단지 중에서도 사업 속도가 빨랐다. 재건축 전엔 저층(5층) 아파트로 용적률이 70%대에 불과했던 까닭에 사업성이 좋아 투자자 유입도 많았다. 강남 재건축 시대의 서막을 연 아파트로 꼽히는 이유다.
개포동과 일원동은 새로운 부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변 아파트가 한꺼번에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시너지를 내서다. 낡은 주공아파트가 즐비하던 곳이 강남 속의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전용 84㎡ 아파트 호가가 20억원을 줄줄이 넘어섰다. 양재천 건너 대치동 아파트에 못지 않은 수준이다. 분양가 규제를 받은 ‘디에이치자이개포(옛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는 4억~5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로또 아파트’ 청약 열풍을 만들기도 했다. 이주를 진행 중인 개포주공1단지와 4단지는 각각 내년 하반기와 올 연말께 일반분양을 할 예정이다.
잠실에선 1기 재건축 아파트인 ‘잠실엘스(옛 잠실주공1단지 재건축)’가 ‘송파헬리오시티(옛 가락시영 재건축)’에 쫓기는 중이다. 연초 18억원에 근접했던 잠실엘스 전용 84㎡의 가격은 지난달 16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반면 송파헬리오시티 같은 주택형은 3월 15억원까지 올라 분양가에 최고 6억원가량 웃돈이 붙었다. 한강변이 아닌 데다 강남 접근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최신식 시설과 대단지 신축 아파트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기 재건축 아파트의 전성기는 1기 재건축 아파트보다 오래 갈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안전진단 강화, 조합원지위 양도 금지 등 걸림돌이 많아지면서 후속 단지의 재건축이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서울시의 까다로운 층수·통경축 규제도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 등 한강변 아파트들이 입지 면에서 2기 재건축보다 낫다는 분석도 있지만 규제가 계속되는 한 쉽게 재건축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앞으로 랜드마크가 될 만한 요지의 아파트도 그리 많지 않다”면서 “후속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수록 2기 재건축 단지들의 가치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