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미국 방문 때 성희롱 사건 쉬쉬한 청와대
“피해자와 가족이 그 사실이 공개돼 2차 피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아 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았습니다.”

7일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방문 과정에서 발생한 청와대 파견 공무원 A씨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이같이 해명했다. 사건 발생 5개월 만이다. 당시 A씨는 방미 행사 보조를 위해 현지에서 채용된 인턴을 성희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A씨를 즉시 귀국 조치하고 1차로 청와대에서 조사했다”며 “이후 청와대 파견 직위를 해제하면서 해당 부처에는 중징계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소속 부처에서 3개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았다.

피해자가 사실 공개를 원치 않았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언론에 사건이 보도된 후 청와대가 등떠밀리듯 해명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은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문제 제기를 못 하는 일이 없도록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뿐만 아니라 기관장이나 부서장에게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이틀 만에 공개됐다.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한 강력한 (문책) 의지를 표명한 마당이라면 대통령 방미길에 있었던 성희롱에 대해서도 숨기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은 한발 더 나아가 “친구들과 여중생을 (성적으로) 공유했다”는 등 저서에서 왜곡된 성 의식을 보인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경질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필요하다”며 “청와대가 보고를 받고 경질한 과정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건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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