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북 포항에 규모 5.4 지진이 강타하면서 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 1층 필로티가 위기 상황에 놓였다. 기둥이 크게 뒤틀리면서 콘크리트가 부서져내렸다. 이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필로티 구조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필로티식 건물은 1층에 벽 없이 기둥만 두고 개방해놓은 건축 형식이다. 기존 1층 위치를 2~3층 높이로 올리고 1층의 빈 공간은 통행로나 주차장, 자전거 보관함 등으로 활용한다. 필로티 구조는 2002년 ‘다세대 다가구 주택 1층 주차장 설치 의무화’를 계기로 확산됐다.
최근 건설사들도 고급 아파트를 분양하며 필로티 구조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1층 가구의 취약점인 사생활 침해, 소음공해, 개방감 등을 보완할 수 있고 단지 내 동선 간결화, 조경의 통일성 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로티 구조가 도입된 1층 가구의 분양권에는 기준층보다 더 높은 수준의 웃돈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포항 지진을 통해 필로티 구조가 적용된 다세대 빌라 기둥이 파손되면서 건축물 안전도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자료에서 필로티 구조를 지진에 취약한 대표적인 구조로 꼽고 있다.
서울시는 “상부층에 벽체가 많은데 비해서 1층에는 벽체가 없이 기둥으로 구성되는 경우에 1층이 연약층이 되어 변형이 크게 발생하고 붕괴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며 “지진 발생 시 연약층에 손상이 집중되어 건물이 붕괴하게 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연말까지 모든 주택과 연면적 200㎡ 이상 건물로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을 확대한다고 지난9월 발표했다. 최근에는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분양 광고시 내진 설계에 관한 사항을 공개하도록 강제한 바 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