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관제탑' 타령
한국은 어떤가. 과거 고도성장을 이끈 동인의 하나로 평가받던 관료제가 효율성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라는 지적이다. 관료제가 갖는 문제에다 정권마다 정부조직을 뜯어고치는 소동을 벌이는데 무슨 효율성이 생기겠나.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든 정부조직을 또 건드릴 태세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보듯 같은 정당에서 정권을 창출해도 정부조직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판국이니 무슨 철학이 있을 리 만무하다. 조직개편 때마다 난무하는 것은 딱 하나. 바로 컨트롤타워 타령이다. 경제 컨트롤타워, 통상 컨트롤타워,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정보통신 컨트롤타워, 바이오 컨트롤타워, 신성장동력 컨트롤타워, 미래전략 컨트롤타워, 중소기업 컨트롤타워, 청년정책 컨트롤타워, 저출산·고령화 컨트롤타워, 지역경제 컨트롤타워…. 이걸 다 총족시키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정부조직이 필요한가.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이 컨트롤타워지 이건 다 또 다른 칸막이나 다름없다. 융·복합이 대세라는 시대에 이 수많은 컨트롤타워 간 어떤 형태로든 겹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겹치는 컨트롤타워를 컨트롤하기 위해 또 다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각은 형해화하고 모든 권력은 청와대로, 대통령으로 집중될 게 뻔하다. 하지만 그런 컨트롤타워가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져내릴 수 있는지는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그대로다.
따지고 보면 컨트롤타워론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관료제의 위기를 뜯어고치기는커녕 문제의 관료제를 더 층층으로 강화하자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이건 자율, 창의, 혁신 등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치권, 정부가 그토록 떠드는 4차 산업혁명 관점에서 봐도 오히려 그 반대여야 맞지 않은가.
새로운 기업·산업을 키우고 싶다면 기업가에게 경제적 자유를 주고, 과학기술을 진흥하겠다면 전문가집단에 자율을 주면 된다. 정치권·정부에서 사회·민간으로의 권력 이동이란 바로 이런 거다. 왜 정권마다 규제개혁이 안 되느냐고 하지만 그 이유도 자명하다. 권력 이동을 수반하지 않는 그 어떤 규제개혁도 언제든 도루묵이 되기 십상이다.
'탈(脫)관료주의'가 답
영국 등 선진국이 괜히 ‘탈(脫)관료주의’로 가자고 할 리 없다.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권력의 위임·분산이 문제의 본질임을 꿰뚫은 결과다. 다음 정권이 경제를 살릴 마음이 있다면, 또 용기가 있다면 정부조직이 아니라 탈관료주의에 승부를 걸라고 말하고 싶다.
실행법은 간단하다. 정부가 시대 변화에 맞춰 무슨 역할을 할지 먼저 분명히 한 다음, 더 이상 쥐고 있을 필요가 없는 권한을 민간이나 전문가집단에 과감하게 이양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반발하는 부처가 있다면 이는 더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명백한 증거이니 폐지가 답이다. 아까운 세금을 뭐하러 낭비하나.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