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엘시티 등 부산 3곳 청약에 9만명…울산·대구도 1순위 '완판'
지난 14일 부산에서 나란히 1순위 청약을 받은 ‘해운대 센텀경동리인’(4만6623명)과 ‘협성 휴포레 부산진역’(3만1072명), ‘해운대 엘시티 더샵’(1만4969명) 등 3개 아파트에 몰린 청약자는 9만2664명에 달한다. 지난달 말 현재 부산 지역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통장이 50만2187개인 점을 감안하면 1순위자 5.4명 중 1명은 청약에 나선 것이다. 청약저축 1순위자가 15만4015명인 울산에서 같은 날 분양한 ‘울산 명촌 효성 해링턴플레이스’에도 4만2202명이 몰려 1순위자 3.5명 중 1명꼴로 청약한 것으로 추산됐다.

○울산 256 대 1, 부산 95 대 1

부산·울산·경남·대구 등 영남권 광역단체들이 지난 3분기(7~9월) 17개 광역시·도 중 평균 청약 경쟁률 상위 1~4위를 휩쓸었다. 1위는 울산이다. 울산 복산동에서 지난 8월 분양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인 ‘복산 아이파크’는 조합원분을 제외한 93가구 모집에 2만3860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256.6 대 1에 달했다.

같은 기간 평균 경쟁률 95.9 대 1을 기록한 부산이 뒤를 이었다. 총 5702가구 공급에 1순위 청약자만 54만6662명이 몰려 13개 단지 모두 ‘완판’(완전판매) 됐다. 중복청약을 감안하더라도 1순위 통장 보유자 대부분이 청약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산 남구 대연7구역을 재개발한 ‘대연 SK뷰 힐스’가 300 대 1을 넘었고 ‘연제 롯데캐슬&데시앙’(256 대 1)과 ‘동래 꿈에그린’(120.4 대 1) 등도 100 대 1을 웃돌았다.

622 대 1로 올해 전국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힐스테이트 황금동’ 등이 포함된 대구가 3위에 올랐다. 3분기에 분양된 1747가구에 1순위자 15만8009명이 청약해 6개 단지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창원과 거제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가 공급된 경남도 11만6231명이 청약에 나서며 평균 27.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권 차익 노린 투자자 몰려

영남권 분양단지 청약자 중엔 분양권 전매를 통한 단기 차익을 겨냥한 투자수요가 상당하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평균 364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부산 ‘해운대 자이 2차’는 계약 직후인 7월 한 달간 234가구의 분양권이 전매됐다. 이어 8~10월 100여건이 추가로 거래됐다. 분양 뒤 4개월간 일반분양 489가구 중 70%가량의 계약자가 바뀐 것이다. 앞서 울산에서 ‘약사 더샵’도 분양된 189가구의 78%인 150건의 분양권이 전매됐다.

이들 지역 새 아파트는 계약금을 낮게 책정해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구당 분양가가 12억~68억원에 달하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당첨자 1차 계약금은 5000만원(최고층 펜트하우스 1억원) 정액제다. 통상 분양가의 10~20%인 계약금보다 크게 낮다. 계약 한 달 뒤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2차 계약금을 받지만 2차 계약금 납부일까지 분양권 거래의 가장 큰 장(場)이 열리는 게 보통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초기 청약 장벽이 낮아지면서 고가 아파트임에도 분양권 매매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상당수 청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남권 분양시장과 달리 수도권 외곽과 지방 중소도시에서 분양되는 중소 브랜드 아파트는 청약통장을 쓰는 1순위 마감에 실패하고 있다. 경기 평택시 ‘평택 장당 제일풍경채3차’는 445가구 모집에 1순위자 170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670가구를 모집한 경기 화성시 ‘남양뉴타운 동광뷰엘’도 1순위 청약자가 12명에 불과했다. 전남 나주시 ‘KTX 나주역 힐데스하임’도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2순위에서 323가구가 청약해 간신히 320가구인 모집 가구수를 채웠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