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침체로 5년 넘게 표류해왔던 부산 해운대구 ‘101층 해운대관광리조트(엘시티)’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중국 최대 국영 건설업체인 CSCEC(중국건축공정총공사)가 시공사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중국 건설사가 국내 건설시장에서 직접 시공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건설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행사인 엘시티PFV는 17일 이르면 이달 말쯤 공사를 시작해서 5년 후에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엘시티는 그동안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와 시공 협의를 해왔다. 하지만 총사업비 3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복합관광리조트 사업에 대한 사업 수익성 전망이 크게 달랐다. 국내 건설사들은 단지 내에 들어갈 아파트(894가구) 분양가를 3.3㎡당 2000만원 안팎으로 팔아야 사업성이 있다고 봤다. 이 가격은 부산지역 최고 수준인 데다 주택경기 불황을 감안할 때 분양성공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행사는 해운대 입지와 향후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업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상하이와 베이징 지역에 투자법인을 설립하고, CSCEC와 시공협상을 벌였다. 올 상반기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외국인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 대상으로 지정한 것이 큰 힘이 됐다. 호텔 800여실 가운데 560실이 투자이민제 상품이다. 중국인들의 경우 7억원 이상을 넣고 호텔 객실을 분양받으면 거주비자를 준 뒤 5년 후에 영주권을 받게 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건설시장에 중국의 대형 건설사가 처음으로 진입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개발자금은 장기투자 성격이어서 중국의 건설투자가 확대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수근 엘시티PFV 사장은 “엘시티의 시공사 선정으로 부산지역 부동산시장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며 “완공되면 부산에는 108층짜리 부산롯데타운을 포함해 2개의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생기는 셈이어서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