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일정에 따라 지난 4일 이주비용 지급을 시작으로 이주 시즌을 맞은 고덕시영아파트. 2570가구의 대단지임에도 6일 찾은 현지 중개업소는 조용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1984년 완공된 노후 아파트인데다 전셋값이 싸 전체 가구의 80%가량이 세입자”라며 “전세금 추가부담을 감안하면 외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어 경기지역 전세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덕시영 전셋값은 전용면적 34㎡ 3000만~4500만원, 43㎡ 5500만~6000만원, 49㎡ 7000만~7500만원, 59㎡ 1억원 선이다. 34㎡(800가구) 43㎡(1000)가 많다. 인근 전셋값은 다세대도 8000만~9000만원이다. 방 2개 반지하도 6000만원을 넘지만 물건이 부족하다.

D공인 대표는 “고덕시영 세입자로선 하남 남양주 구리 등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공인 관계자는 “갈 곳 없는 세입자들은 최대한 이주를 늦추려고 할 것”이라며 “세입자 이주가 늦어져 사업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거주 중인 집주인이나 여유 있는 세입자들은 인근지역의 전셋집을 찾고 있다. 고덕2단지 인근 D부동산 대표는 “전셋집을 묻는 전화가 하루 5통가량씩 걸려온다”며 “고덕·둔촌·암사·명일동 아파트를 주로 찾는다”고 전했다. 고덕2단지 전셋값은 전용 48㎡가 9000만원, 55㎡가 1억~1억1000만원 선이지만 매물은 부족한 상태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최근 강동지역에 주택공급이 적었다는 점을 이유로 이주 수요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대치동 청실아파트 이주에서 비롯된 전세난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편 고덕시영 재건축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우리·신한은행을 상대로 이주비 지급을 중단하라는 가처분소송을 지난 5일 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