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10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MBS · Marina Bay Sands)호텔 쌍용건설 사무실.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아 준공한 이 호텔의 그랜드 오픈을 하루 앞두고 현장을 찾은 취재단을 김석준 회장(사진)이 '깜짝' 방문했다.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김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MBS호텔에서 처음 자봤다"며 "지난 1년간의 감회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지만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쳤다는 생각에 기분만은 날아갈 듯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아이콘…MBS 리조트

23일 그랜드오픈에서 MBS복합리조트(IR · Integrated Resort)는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MBS 운영을 맡은 리조트전문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의 셜던 아델슨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벗어나 75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싱가포르에 복합리조트를 오픈했다"며 "싱가포르의 아이콘이 바뀌고 밤문화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다. 먼저 개장한 카지노에는 지난 한 달간 75만명이 찾았다. 하루 입장객만 2만5000명이다. 아델슨 회장은 "방문객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며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단순히 훌륭한 건설사가 아닌 세계 최고의 건설사"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외신기자들은 "중국,중동,유럽 등에 이 같은 복합리조트를 만들 계획이 없냐"고 물었고 아델슨 회장은 "각국 정부가 허락하고 의지만 있다면 제2,제3의 MBS를 오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기술력 보증받은 쌍용건설


김 회장이 지난해 7월 MBS호텔 상량식 때와 비교해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나는 것은 아델슨 회장의 추가 발주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해 상량식 때 그는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나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전투적으로 호텔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옷차림도 달라졌고 표정도 자신있게 바뀌었다. 김 회장은 "MBS호텔 건축은 쌍용건설이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기술력 보증수표를 받게 된 만큼 5~10년간 써먹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쌍용건설은 이번 공사로 약 1000억원의 순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규모도 국내 건설사 해외 수주 가운데 최대 규모인 919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상량식 이후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 약 1500억원의 W호텔을 단독 수주했다. MBS 공사를 목격한 현지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CDL(City Developments Limited)은 쌍용건설과 수의 계약을 체결했다. 김 회장은 "현재 MBS와 맞먹는 규모의 싱가포르 도심 내 마지막 매립지인 사우스비치로드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이라며 "발주처와 공사비 절감을 위한 공동 밸류엔지니어링 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발판 삼아 세계 무대에 도전장

김 회장은 MBS호텔 완공을 계기로 아델슨 회장으로부터 추가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마카오의 3차 공사를 "함께해 보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김 회장은 "싱가포르 수주 실적은 중동 지역 수주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중동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격 경쟁이 아닌 품질로 유럽 등 선진국과 겨룰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다른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사업으로 '쉬운 길'을 갈 때 해외에서 기술력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김 회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플랜트 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오히려 토목분야의 전망이 밝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프라 공사만 100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국내 건설사들도 눈앞에 보이는 이윤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기술력으로 승부를 할 때가 됐다"며 "남들보다 먼저 해외에 진출해 기술력을 인정받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