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오니 반값이네요"…2030 발 디딜 틈 없이 '우르르' [현장+]
남대문 그릇도매시장, 취향 소비 공간으로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발품 파는 재미"
2030 손님 비중 90%…"180도 달라졌다"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발품 파는 재미"
2030 손님 비중 90%…"180도 달라졌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 그릇도매상가. 주말과 어린이날 연휴 사이에 낀 평일 오후였지만 인기 상가 앞은 2030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좁은 복도 사이로 접시와 컵을 든 손님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인기 매장 앞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손님들은 다닥다닥 쌓인 그릇을 칠까 봐 가방을 몸 앞으로 끌어안은 채 움직였다. 일부는 제품 사진을 찍으며 "이건 오늘의집 감성 같다"고 웃기도 했다.
생활 인프라 공간이던 그릇도매시장이 취향을 탐색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처럼 원하는 제품을 즉시 구매하기보다 직접 발품을 팔며 예상치 못한 물건을 발견하는 경험 자체를 즐기는 2030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구경하는 재미에 빠진 2030…소품샵 대신 '발품 소비'
실제로 남대문 그릇도매상가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1000원부터 1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브랜드 또한 마찬가지다. 무명 제품부터 태국 여행 필수템으로 꼽히는 '바사나퓨터'까지 종류도 많았다. 다만 제품들은 소품샵처럼 정갈하게 진열돼 있기보다 종류별로 빼곡히 쌓여 있었다. 손님들은 가격을 직접 확인하거나 그릇을 꺼내 보며 원하는 제품을 찾아다녔다.
2030은 이 과정 자체를 즐겼다. 김승연 씨(24)는 "일본스러운 제품이 많아서 재밌었다. 이자카야 가야 볼 수 있는 제품을 직접 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이 온 하다윤 씨(24)는 "트위터랑 인스타에서 여기가 많이 나와서 궁금한 것도 있었다"며 "머그컵 정도 가볍게 보려고 왔다가 생각보다 제품이 많아서 찾는 재미가 있더라"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주말 남대문 시장 풀코스' 등 단순 소비 인증이 아닌 경험 인증 유형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13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남대문 그릇'에 대한 언급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325% 이상 늘어났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 '남대문' 해시태그 게시물은 27만개를 넘었다.
"2030 손님이 90%"…주말 오후엔 발 디딜 틈 없어
손님 유형도 다양해졌다. 박씨는 "전에는 젊은 손님들은 대부분 혼수 마련하러 오는 분이었다. 지금은 혼수 반, 1인 가구 반 정도로 비슷하다"며 "배달시켜 먹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 먹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더라. 그릇은 매일 접하는 상품이라 취향에 민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뚜렷한 유행 아이템도 사라졌다. 생활 인프라 물건이 취향 영역으로 넓어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과거에는 흰색이나 잔무늬 제품이 주로 팔렸다면 최근에는 형광 연두색 계열부터 고양이·새 모양 제품, 거친 질감의 그릇 등 취향도 다양해졌다고 상인들은 설명했다.
손님이 붐비는 날도 많아졌다. 남대문 그릇도매상가에서 25년 동안 관리원으로 근무한 70대 후반 조철구 씨는 "주말 오후마다 복도 길이 막힐 정도로 굉장하다"며 "지난해만 해도 상가에 손님이 별 없었다. 혼수하는 손님들도 별로 없어서 죽어갔다. 그나마 가끔 중동이나 말레이시아 손님들이 왔는데 이제는 국내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취향·탐색·가격 합리성 다 잡아"…변하는 2030 소비패턴
이어 이 교수는 "2030이 남대문 시장을 찾는 건 단순 절약 소비에 그치지 않는다. 가격은 물론 직접 돌아다니면서 취향을 만족시키는 니즈(요구)를 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한 소비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