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시장 암흑기

비사업용토지 중과세 여전, 쌀 직불금 악재까지 겹쳐, 내년에도 5~10% 하락할듯


올해 토지시장은 암흑의 시간을 보냈다. 부동산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데다 가을부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경기침체 우려로 땅에 대한 관심은 크게 멀어졌다.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60%)가 여전해 땅을 팔기도 쉽지 않았고,사려고 하지도 않았다. 정부가 대운하 사업 중단을 선언하면서 후광효과 예상지역 땅값이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파트 재개발 지역 땅값도 주택경기 위축과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 호재가 있는 인천이 다소 들썩였고,준공업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돼 관심을 모았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정부의 대책도 되시장을 살리는데 역부족이었다. 토지시장이 힘든 한 해를 보냈다는 사실은 국토해양부가 11월 말 발표한 '10월 지가동향 및 토지거래량'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0월에서 서울 땅값은 전월 대비 0.24% 떨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지역 토지가격이 떨어진 것은 2000년 4분기 이후 8년 만"이라고 말했다.

서울 땅값이 하락하면서 10월 전국 지가 변동률은 0.04%에 불과했다. 1월부터 9월까지 평균 상승률(0.38%)의 10분의 1수준이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던 땅값 변동률이 10월 들어서면서 사실상 '제로' 상태가 됐다.

경기하강 영향으로 상업용과 주거용 대지는 지난 10월 전국적으로 각각 0.05%와 0.01% 내렸다. 땅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자 거래량도 감소세다. 10월에 거래된 필지 수는 19만1414필지로 작년 같은 달(22만3098필지)보다 14.2% 감소했다. 면적도 16.4% 줄었다.

죽어가는 토지시장에 대해 정책적인 배려도 있었으나 '약발'은 듣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10월30일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통해 공장총량제를 적용받는 공장의 연면적을 200㎡ 이상에서 500㎡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연보전권역에서도 대규모 관광지 조성 사업 및 대형 건축물과 폐수가 발생하지 않는 공장 신ㆍ증설도 허용했으나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한계농지 해제를 밝히기도 했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고 해제 기준과 시점도 모호해 효과가 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2005년 8ㆍ31대책에 따른 토지거래허가제 강화(1년 거주)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여전한 상황에서는 토지시장이 반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목적의 토지 매입이 어렵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게다가 쌀직불금 파동 문제가 불거진 것도 악재였다. 쌀직불금 부당 수령 사실이 밝혀지면 농지를 강제매각해야 한다. 곧 '매물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땅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분양 사태 장기화로 주택업체들이 아파트 지을 땅을 매입하지 않는 것도 수요 감소의 원인이다.

내년 전망도 어둡다. 대한건설협회 산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땅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내년 지가 하락률은 5% 이내로 추정되지만 실물경기 침체가 내년 하반기쯤 회복된다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에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면 10%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지가격 약세를 점치는 곳은 연구원 뿐만아니다. 토지 중개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땅은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약세를 보인다면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되도록 관심에서 멀리하는 것이 상책인것 같다"며 "토지시장이 언제 암흑의 터널을 뚫고 나올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