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창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jckim@bok.or.kr >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인간 행복의 조건으로 '첫째 어떤 일을 할 것,둘째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셋째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일생을 보낸 대철학자가 제시한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이 범인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평범한 과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선 놀라게 되고,그러면서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이 세 가지 조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그가 제시하는 행복의 첫째 조건은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자. 청년실업률이 평균실업률의 배가 넘고,학교를 졸업한 일하고 싶은 젊은이 중 40여만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구직을 단념하거나 일용직 등의 불완전 취업자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는 배가 더 된다. 젊은이는 미래의 희망이다. 우리의 희망이 이렇게 절망하고 있는데 어찌 행복을 논할 수 있겠는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높은 성장을 해야 하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속도는 과거에 비해 둔화될 것이 틀림없고,산업의 정보기술(IT)화 등으로 성장하더라도 고용이 적은 성장은 세계적인 추세다. 따라서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는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선배들의 양보와 나눔이 절실한 상황이다.
행복의 둘째 조건은 사랑이다. 가족·친구·친지에 대한 사랑은 기본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사회에 절실한 사랑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세대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격려,지역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웃에 대한 사랑 등이다. 이런 사랑이 진짜 오늘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랑이다.
행복의 셋째 조건은 희망이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판도라가 제우스에게서 받은 작은 상자를 살짝 열어본 순간 그때까지 이 세상에 없던 온갖 재앙과 질병이 쏟아져 나왔고,놀라 재빨리 뚜껑을 닫았을 때 그 안에 단 하나 '희망'만이 남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세상에는 온갖 재앙과 질병이 있지만 오직 희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살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것,보람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낯선 이웃도 사랑하고 계층간·세대간·지역간 갈등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그리고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행복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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